탄저균 테러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탄저균은 화학무기보다 100배이상 치명적이며 발병하기 전까지 사용여부를 알 수 없다. 게다가 제조비용도 싸 '빈자의 핵무기'로 비유되고 있다. 탄저균 1kg이면 10만명을 사망케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피부 탄저병이나 소화기 탄저병은 쉽게 치료되는 반면 호흡기 탄저병은 일단 걸리면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망률이 95%에 달한다.
이러한 호흡기 탄저균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인체에 침입한 호흡기 탄저균이 내뿜는 독소의 활동 과정과 그 화학적 구성을 완벽하게 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호흡기 탄저병 증세가 나타난 이후에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호흡기 탄저병 환자가 사망하는 것은 탄저균의 치명적인 독소 때문이다. 호흡기 탄저병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시프로와 같은 기존 항생제로는 탄저균이 이미 뿜어낸 독소에 대처할 수 없어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다. 또 현재 사용되는 탄저균 백신은 수년 전 미군이 개발한 것으로 균에 노출된 후 6번이나 투약해야 하며 매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미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과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탄저균 독소가 세포내에 침투해 세포를 죽이는 과정을 화학적으로 규명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실루스 세균 박테리아 포자에 의해 생성되는 탄저병은 독소를 배출하는 부종인자(EF:edema factor), 치사인자(LF:lethal factor ), 방어항원(PA:protective antigen) 등 3종의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 가운데 방어항원(PA)으로 불리는 단백질이 세포 표면의 특정 목표물에 달라붙어 다른 두 단백질이 세포 내로 침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지금까지는 탄저균이 어떻게 세포의 방어막을 뚫고 손쉽게 침투하는지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또 방어항원(PA)를 포함하고 있는 '탄저독성수용체'(ATR:anthrax toxin receptor)와 유사한 모조 ATR를 이용해 다른 독성 단백질들이 세포를 죽이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밝혀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존 영 연구원은 "가짜 ATR를 이용한 치료기법이 본격 개발되면 탄저균에 노출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라 호야의 번햄연구소와 하버드대 연구원들도 탄저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중 세포를 파괴하는 치사인자(LF:lethal factor )단백질의 3차원적 구성을 규명해냈다. 치사인자 단백질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감염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대식세포'로 불리는 면역체계 세포에 침입해 파괴한다. 이는 탄저균을 호흡한 환자에게 쇼크를 일으키거나 사망케하는 킬러인자다. 치사인자(LF)의 구조가 알려지면서 치사인자가 어떻게 수천가지 단백질중 대식세포를 정확히 골라 공격하는지 밝혀졌다. 로버트 리딩턴 번햄연구소 연구원은 "치사인자 단백질의 구조가 규명돼 이 단백질을 붙잡아 무력화할 수 있는 물질개발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창희 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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