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가들의 주식 매도 행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이달 들어 주가가 테러 사태 발생 이전으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기관 투자가들이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주식을 순매수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기관 투자가들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17일 연속 매도 우위 행진(거래일 기준)을 보이며 모두 1조1천708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26일까지 12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보이며 증시를 주도하는 등 대조를 이뤘다. 주가가 미국 테러 사태 이전 수준으로 급반등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관 투자가들은 철저한 국외자였다.
기관 투자가는 10월 증시가 이처럼 급반등할 줄 미처 예측하지 못한 듯하다. 펀드매니저들은 테러 발생 이후 주가가 반등의 초입기에 접어 들었을 때 박스권 장세를 예상한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기관 투자가들은 주가가 오를 때마다 물량을 처분하는 전략을 써 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말을 앞두고 주식 보유 물량이 당초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고 판단한 기관 투자가들이 물량을 줄이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테러 발발 직후 정부의 압력으로 무리하게 주식을 보유하거나 사들인데 따른 후유증이 매도세로 나타났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 투자가들은 현재 매수 여력(자금)이 풍부하지 않은데다 단기 급등에 따른 위험 부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장 주도권을 외국인들에게 빼앗긴 상태"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기관 투자가들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도 이들의 매도세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기관 투자가들이 안전판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설 경우 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장보고 트레이딩센터 이임식 팀장은 "지금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의 싸움에서 개인들이 자칫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장세"라며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관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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