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에 등돌린 '票心'

입력 2001-10-26 14:50:00

10.25 재.보선은 야당인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당초 여당인 민주당은 서울동대문을과 구로을, 강릉의 3개 선거구중 최소 1개 선거구에서는 승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개표 결과는 참담한 패배 그 자체였다. 여당의 막강한 조직의 힘도 돌아선 표심(票心)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전국 227개 지역구 가운데 1%밖에 안되는 3개 선거구의 재.보선에 불과하다. 여권에서 '지역의 재.보선일뿐'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해석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년의 대선과 지방선거의 양대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이번 재.보선이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여야가 이번 선거에 당 소속 의원 거의 전부를 투입할 정도로 전력투구한 것도 결국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 내년 양대선거의 기선을 제압하자는 속내 때문이었음은 부인키 어렵다. 어쨌든 여당은 막강한 조직력을 비롯, 당이 갖고 있는 '총체적 역량'을 투입하고도 완패했다. 우리는 이처럼 여당이 참패한 선거결과를 보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된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의 각종 비리 의혹 사건 앞에는 여당의 어떤 선심성 선거공약도 무력(無力)했음을 실감케 된다. 무기력한 통치권의 리더십아래 경제가 나날이 악화되는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얼마나 여당에서 멀어져가고 있는지를 이번 선거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자기 표밭'인 구로을구에서조차 패배한 선거 결과를 보면서 사탕발림의 '득표작전'보다 국민을 아끼고 나라를 걱정하는 선정(善政)이야말로 최상의 선거운동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며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그 뜻을 겸허하게 수렴하기 바란다. 여당은 지금까지 "우리는 잘 하고 있는데 야당의 발목잡기와 지역감정 때문에…" 등등의 변명으로 일관했고 국정쇄신을 기대하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 동교동계 중심의 가신정치를 탈피치 못했다. 그 결과가 이번 선거에서 참담한 패배로 드러났다고 보아 틀림없을 것이다.

유권자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여권의 나태하고 오만방자한 국정운영을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의 국정운영 방식을 점검,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정치를 위해 최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야당도 이번 '완승'에 자족하기보다 좀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 야당이 썩 만족스럽기보다 여당의 자충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당으로 표가 몰린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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