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벼랑끝에 몰렸다.
한국시리즈 3,4차전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팀의 저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삼성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삼성이 또다시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한다면 20년을 기다려 온 삼성팬들의 응어리는 진정 「한」으로 남게 된다.
이대로 물러 설 수 없는 이유다. 경기는 4판을 져야 모두 끝이 난다. 두산도 첫 판을 잃은 뒤 내리 3연승을 달렸다.
전문가들은 삼성선수들에게 이전 경기는 잊어버리고 편안하게 플레이를 펼치라고 주문한다. 5차전에서 삼성이 반격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면 두산도 내보일 카드는 다 쓴 만큼 누가 마지막에 미소를 지을 지 알 수 없는 것이 「야구」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5차전은 삼성이 20년 우승의 비원을 접느냐 아니면 반격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일전이다.
삼성과 두산은 각각 임창용과 구자운을 선발로 내세웠다. 2차전에서 선발로 맞붙은 양자대결에서는 구자운이 웃었다.
임창용은 2차전에서 4와 3분의2이닝 동안 6안타를 맞고 4실점(자책)을 기록했다. 구자운은 5이닝동안 홈런 1개포함, 4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5차전에 나서는 임창용의 어깨에 삼성의 명운도 달려있지만 그에게는 무너진 투수진의 재정비와 국내 최고액 연봉투수의 자존심이 걸린 일전이다.
임창용은 야구인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경기를 다짐하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유례없이 치열한 난타전으로 전개되면서 경기마다 안타와 점수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당초 막강 선발진을 앞세운 삼성의 우세가 예견됐던 올 한국시리즈는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양팀 방망이가 폭발하면서 파워배팅을 앞세운 두산이 오히려 3승1패로 앞서나가고 있다.
4경기동안 양팀이 뽑은 점수는 모두 74점. 경기당 평균 19점으로, 정규시즌 평균 득점(10.35점)을 훨씬 넘어서고 있으며 역대 한국시리즈와 비교해도 유례없는 타격전이다.
24일의 3차전이 4시간36분의 혈전끝에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득점과 최다볼넷, 최다 투수 등판 등 온갖 진기록이 양산되더니 25일의 4차전은 하룻만에 이런 기록들을 무더기로 경신했다.
주축 투수들을 총동원하는 한국시리즈에서 양 팀 모두 선발투수가 심각한 난조에 빠지면서 예상치 못한 '타고 투저' 현상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4차전을 치르면서 양팀을 통틀어 5이닝 이상 버틴 선발투수는 2차전에서 6회말 선두타자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고 강판됐던 구자운(두산) 뿐이었다.
선발투수가 5회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다 보니 올 한국시리즈에서 선발승은 아직 기록되지 않았고 양 팀 모두 중간계투 요원들이 승점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승부가 난타전으로 돌변하면서 당초 전문가들이 '삼성의 일방 우세'라고 예견했던 삼성의 전력은 갈베스가 훈련 부족으로, 임창용이 제구력 난조에 따른 스피드 저하로, 2년생 배영수가 중간과 선발을 오가는 심리적인 중압감으로 인해 정규시즌때의 위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야구계에서는 국내 프로야구의 실력 향상에다 외국 용병 타자까지 가세한 반면 국내선수중 에이스급 투수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간것이 한국 시리즈의 난타전과 대량득점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이제 남은 경기에서 삼성 선발투수들이 얼마나 컨디션을 회복하느냐가 올 한국시리즈의 패권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잠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속수무책」이었다.
삼성이 25일 한국시리즈 잠실 4차전에서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투수진의 집단난조로 10대18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삼성은 3경기를 모두 따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1승3패로 몰린 삼성은 82년부터 시작된 한국시리즈 우승 7번째 도전에서도 우승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무색케하며 맥없이 무너졌다.
4차전도 3차전과 마찬가지로 삼성 마운드가 초반에 붕괴되면서 두산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삼성은 1회 두산 우즈에게 2점홈런을 맞고 기선을 뺏겼으나 2회 13명의 타자가 나와 7안타를 몰아치며 8점을 뽑아 8대2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뿐. 3회 삼성의 마지노선 갈베스-김진웅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면서 승부가 두산쪽으로 기울었다. 삼성은 선발 갈베스가 연속볼넷에 이어 중전안타, 밀어내기 볼넷으로 1실점한 뒤 강판되고 김진웅이 마운드를 이어받았으나 4안타를 맞고 6실점해 8대8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나온 박동희 마저 실책과 볼넷 등으로 다시 만루위기를 맞아 김동주의 만루홈런, 안경현에게 랑데뷰 홈런으로 5점을 더 내주며 완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두산은 3회 15명의 타자가 나와 12득점, 한국시리즈 한 이닝 최다득점과 최다타석 신기록을 세웠다.
이춘수기자
◇전적
삼성 080 000 201 - 11
두산 2112 210 00ⅹ- 18
△두산투수=빅터 콜, 최용호(2회), 차명주(3회·승), 이경필(6회), 이혜천(7회) △삼성투수=갈베스, 김진웅(3회·패), 박동희(3회), 라형진(4회), 이용훈(6회) △홈런=우즈(1회2점)·김동주(3회 4점)·안경현(3회1점·이상 두산)
▲삼성 김응용 감독= 패장이 무슨 할말이 있나. 한국시리즈에서 점수차가 5점 이상 벌어지면 지는 경기다. 좋은 상태가 아닌 마무리 김진웅을 빨리 등판시킨 것은 내세울만한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갈베스를 계속 등판시킬지 여부는 앞으로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 우리 투수들이 치기 좋은 공만 던지는 것 같다. 남은 경기에서는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두산 김인식 감독= 2회초 2대8로 뒤질때는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곧바로 역전시키고 차명주가 잘 막아 이긴 것 같다. 우리 타자들이 잘 치기도 했지만 삼성 투수들이 지치고 약해진 것 같다. 5차전에서 후반에 리드를 잡는다면 진필중을 투입해서 결판을 내겠다. 3승1패로 앞서있어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은 확실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남은 경기에 임하겠다.
○…삼성 김응용 감독이 경기중 더그아웃을 비운 채 타들어가는 속을 달랬다.
김감독은 8대2, 6점차로 앞서던 3회 한 점 한 점 추격을 허용하고 김진웅이 역전타를 허용하자 망연자실한 표정.
이어 마운드에 올린 박동희가 김동주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8대14로 뒤지자 김감독은 잠시 자리를 떴다. 김 감독은 잠시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왔지만 감독석이 아닌 다른 쪽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4차전을 앞둔 양팀 벤치의 분위기가 확연히 갈렸다. 전날까지만 해도 웃음을 잃지 않던 삼성 김응용 감독은 경기전 아예 더그아웃에 모습도 내비치지 않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기자들의 질문공세에도 묵묵부답. 선수들의 표정도 굳어 더그아웃에는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반면 3차전에서 승리한 두산의 더그 아웃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농담섞인 대화를 주고 받는 등 대조적인 모습.
○…양팀 응원단의 분위기도 경기가 진행되면서 극과 극을 달렸다. 0대2로 뒤진 삼성이 2회 8점을 올리자 삼성응원석은 열광의 도가니. 그러나 두산이 3회 12점을 뽑으며 역전하자 삼성응원단은 기세가 한풀꺾인 반면 두산응원석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
○…SBS사극 「여인천하」에서 문정왕후역을 맡고 있는 탤런트 전인화가 궁중의상을 입고 4차전 시구를 했다.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나인들과 함께 마운드에 오른 전인화는 극중 엄상궁역인 한영숙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아 포수미트에 볼을 꽂아 큰 박수를 받았다.
「김응룡 감독, 운이 다했나」
야구계에서는 9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모두 정상에 오른 김응룡 감독을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규리그는 전력차가 그대로 반영되지만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는 아무리 전력이 탄탄해도 하늘이 돕지 않으면 우승하기 힘들다.
이때문에 한국시리즈 「V9」의 위업을 달성한 김감독을 두고 「팀전력의 50%」, 「우승은 김감독의 머리속에서 나온다」는 다소 포장된(?)된 얘기가 회자된다.
그러나 김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만큼은 첫 실패경력을 새길 가능성이 짙어졌다.
김감독의 한국시리즈 10회 우승목표가 꼬이는 것은 삼성 투수진의 철저한 부진때문이다. 삼성은 최강의 투톱체제를 갖췄다는 선발진이 단 1승도 못 챙겼고 8개구단중 정상급이라는 중간투수진과 마무리 김진웅도 두산타선에 몰매를 맞아 마운드가 완전히 붕괴됐다.
이것은 결국 김감독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한국시리즈 직행후 20여일간의 여유가 있었고 부상투수가 없었는데도 마운드가 무너진 것은 코칭스태프의 선수관리 책임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김감독의 투수용병술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김감독은 정규시즌에서 보인 한템포 빠른 냉정한 투수교체와 달리 연타를 맞고 난 뒤 「사후약방문」격 교체로 상대의 맥을 끊지 못했다.
2경기 연속 투구를 한 배영수를 3차전 선발로 돌리거나 3차전에서 구위가 종았던 노장진과 이용훈을 엇갈리게 투입한 것이나 4차전에서 김진웅을 3회에 올린 용병술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김감독의 「운때」가 이번 한국시리즈로서 내리막길을 걸을 지 아니면 대역전드라마를 일으킬 지 남은 경기를 지켜보자.
이춘수기자
두산과 삼성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세웠던 각종 진기록을 하룻만에 무더기로 경신했다.
4차전에서 양 팀이 올린 29점(두산 18점, 삼성 11점)은 3차전에서 세운 득점신기록(20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두산이 얻은 18점은 팀 최다 득점 신기록(종전 14점)이고 11점을 뽑고도 진 삼성은 최다 득점 패배(종전 9점).
또 양팀이 만든 34개의 안타(두산 19개, 삼성 15개)도 새로운 기록(종전 30개)이고 두산이 기록한 16개의 타점과 양팀을 합한 25개의 타점도 각각 신기록(종전 각각 14점, 17점)이다.
한 이닝 최다 득점 기록과 한 이닝 최다타석 기록도 이 경기에서만 각각 2차례나 바뀌었다. 삼성이 2회초 13명의 타자가 나서 8점을 얻어 종전 기록(11명.7점)을 경신하자 마자 두산은 3회말 무려 15명이 타석에 나서 12득점, 새 기록을 작성했다.
또 두산은 4회말 선발 타자 전원 안타·전원 득점을 시리즈 사상 처음 작성했고 2회초 2대8, 6점차로 뒤지다 역전에 성공한 것도 최다 점수차 역전승(종전 4점).
한국시리즈 4차전은 야구에서 경기흐름과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두터운 삼성 마운드가 이처럼 허무하게 붕괴할 줄은 전혀 예상밖이다. 삼성이 앞서 있었을때 어느 한 투수라도 두산의 상승세를 차단했더라면 분위기는 삼성쪽이었는데 마치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 처럼 걷잡을 수 없었다.
믿었던 갈베스가 경기초반 6점 차 리드를 못지켰고 김응룡 감독의 승부수였던 김진웅마저 무너진 상황이라면 신들린 듯이 방망이를 휘두른 두산타선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
삼성 마운드의 붕괴는 에이스투수가 무너지면서 비롯됐다. 단기전에서 에이스투수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타선에 믿음을 주는 것은 물론 다른 투수의 활동공간을 넓혀준다.
이를 증명하듯 갈베스의 부진은 전체투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동반부진을 불러왔다.
갈베스 투수는 아무리 명성이 있는 투수라도 40여일의 공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삼성으로서는 여러차례 귀국말썽을 일으킨 갈베스를 한국시리즈에 합류시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팀분위기만 흐트린 꼴이 됐다. 그를 일찍 포기했더라면 다른 선수들이 더 긴장하고 똘똘 뭉쳤을 것이고 마운드 초토화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홍승규(야구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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