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동행 보도에 곤혹

입력 2001-10-25 14:56:00

박종렬 대검 공안부장이 지난 8월 제주도 여름휴가때 민주당 김홍일 의원과 '동행'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검찰로선 '이용호게이트'와 관련해 간부 3명이 옷을 벗은데 이어 벤처기업 주식분쟁 수사과정에서 구설수에 오른 김진태 전 수원지검 형사1부장이 사표를 내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연거푸 홍역을 치른 직후여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경위야 어떻든 검찰의 선거주무부장인 공안부장이 여권인사와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낸 사실을 놓고 야당이 무차별적으로 정치적 공세를 퍼붓고 이로 인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신승남 검찰총장과 김각영 차장 등 검찰 수뇌부는 이날 언론보도를 통한 정치권의 움직임 등을 보고받고 깊은 우려와 함께 시종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그러나 검사장급 간부들을 중심으로 한편에선 "휴가때 여행간 것까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아니냐"는 반발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현정부 들어서도 아니고 김 의원이 야당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휴가가서 몇차례 식사한 것을 문제삼는다면 검사들은 아무도 만나지 말라는 말이냐"며 "이를 큰 의혹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야당에서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한 평검사는 "이용호게이트를 비롯해 최근 잇따르는 정치적 성격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검사가 된 것이 큰 죄를 진 것 같은 생각도 든다"고 한숨을 지었다.

한편 박 부장은 "김 의원과 제주도행 비행기에 동행한 일이 없고 현지에서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한차례씩 같이 한 것 뿐이며 김 의원과는 96년 목포지청장 시절 알게 돼 친하게 지내왔고 큰 딸끼리는 고교동창으로 가족끼리 더 가까운 사이"라며 "왜 이런게 기사거리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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