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주사제 처방 남발

동네의원에서 외래환자 5명중 1명꼴로 주사제를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항생제·주사제 오남용을 막자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의료기관의 약제급여 적정성을 평가한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 경우 외래환자에게 처방한 처방건중 주사제 처방일수가 18.37%로 대학병원 3.15%, 종합병원 6.17%, 병원 12.49%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는 적정 주사제 처방률(주사제처방환자수/전체환자수)이 미국 5%, 호주 2%, 스웨덴 및 영국이 각각 1%이하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의료기관별 항생제 지표(항생제 처방일수/총투약일수)에서도 대학병원 7.93%, 종합병원 14.06%, 병원 15.92%인 반면 동네의원은 31.37%로 가장 높았다.

24일 오후 감기 몸살로 대구 남구 모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송모(47.여)씨는 "3일째 매일 주사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한 개원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사에 대한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어서 주사를 처방하지 않을 경우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거부할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주사제는 동일성분의 경구용 약제(먹는 약) 보다 5~10배의 가격차가 있기 때문에 높은 주사제 처방률은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북대병원 한 교수는 "통증이나 염증이 극심할 경우 비상시에 쓰이는 것이 주사제"라며 "환자와 의사 모두 먹는 약보다 주사가 더 효과적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도 "주사제를 처방하는 것이 병원 경영에 도움이 더 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안 써도 될 주사제를 남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의사들의 고유영역에까지 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양심문제로 돌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