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참사 40일 아직 '안갯속'

입력 2001-10-22 00:00:00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경찰 등 미 수사기관이 최근 확산되고 있는 탄저균 테러와 앞서 일어난 9.11테러에 대한 수사에 대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정예화된 수사인력과 첨단 수사장비, 방대한 제보와 정보력을 가진 미 수사당국이 국가안보와 집결된 전대미문의 테러사건에 대해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하자 점차 미국내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탄저테러 수사=미 수사기관이 탄저병 테러와 관련, 지금까지 확보한 단서는 △탄저균이 발견된 일부 우편물이 동일한 지역에서 발송된 점 △동시다발 테러용의자가 우편물 발송지역에 거주한 사실 △탄저균이 든 우편물의 글씨가 비슷한 점 등이 고작인 실정이다. FBI 측은 최근 "탄저균 사건이 명백한 테러임에는 분명하나 9.11테러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보된 증거가 없다"며 수사가 미진한 사실을 시인했다. 아울러 톰 리지 미 조국안보국장이 국민들의 테러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18일 "현재 탄저균에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양성반응자는 계속 늘어나 22일 현재 의회직원 34명을 포함, NBC.ABC.CBS 방송국 직원 등 4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환자도 사망자 1명을 포함 9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앞서 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행정부가 탄저균 공격의 책임자를 체포, 유죄판결을 받게 하는 정보 제공자에게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지급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수사협조를 당부했다.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은 탄저균을 비롯한 세균과 관련해 장난을 하는 모든 경우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으로 엄벌할 것이라며 국내에 확산되는 테러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FBI의 수사가 계속 제자리를 맴돌자 뉴욕 타임스 등 미 현지 언론들도 수사기관의 무능을 질타하고 나섰다. 신문들은 지난 12일 NBC 방송국 탄저균 테러사건의 경우 FBI가 9월25일 문제의 편지 신고를 받고도 다음날까지 출동하지 않았으며 탄저균 감염편지 발견사실조차 뉴욕경찰에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기관간 지휘권 갈등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9.11 테러 수사=미 수사당국은 9.11테러 사건 발생 40여일이 지난 21일까지 모두 830명을 검거했으나 이들 용의자가 9.11테러에 연루됐다는 증거를 포착하는데는 실패했다. 이 사건과 관련, 수사당국은 모두 36만5천여건의 방대한 제보를 입수, 지속적인 수사를 펴왔으나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FBI가 100 명가량을 주 용의자로 보고 심문을 실시했으나 테러 그룹과 연관된 용의자를 한명도 적발해내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수사기관들은 지난 11일 시카고에서 체포된 9명의 이집트인이 테러를 사주한 알 카에다와 깊이 연관됐을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수사결과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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