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마녀의 가시

입력 2001-10-20 15:11:00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빌려온 '키리쿠와 마녀'라는 제목의 프랑스 만화영화를 같이 보았다.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보았는데 월트 디즈니의 영화와는 다른 소박한 그림에서 나오는 따뜻한 인간미와 은근한 유머에 매료되어 끝까지 재미있게 보고 말았다. 영화에서는 마을사람들을 괴롭히는 마녀가 나오는데, 이 마녀가 그토록 나쁜 짓을 하는 이유는 등에 가시가 박혀있었기 때문이었고 주인공이 이를 빼주자 마녀는 다시 착한 사람이 되었다. 육체적인 고통이 사람을 악하게 만든 것이었다영화를 보고 나니 사람이 악하다는 것은 마음의 질병 이전에 육체의 질병이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경우를 보더라도 몸이 아프거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괜히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고 나중에 후회할 언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장제스에 쫓기어 중국대륙을 가로지르는 고난의 대장정을 할 당시에 생존규칙 세 가지를 정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가 '짜증을 내지 말 것'이라고 한다. 짜증이란 것이 인간관계를 왜곡시키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요즘은 명예나 돈보다는 자신의 건강을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달리기에 푹 빠져서 신천변을 달리거나 휴일이면 새벽에 일어나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이 볼 수 있다. 너무 비약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노력들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착하게 살려는 의지가 표현된 것이 아닐까.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를 알겠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것이 운동하기에 좋은 계절이 되었다. 이번 일요일에는 휴일이면 허기가 질 때까지 늘어져 자는 것이 취미인 가족들을 깨워서 집 앞의 산에라도 올라가 봐야겠다. 우리의 건강이 우리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것이라니 말이다. 이 가을에 마녀의 등에 박힌 가시를 뽑아내듯이 우리 몸 속의 나쁜 기운을 뽑아내어 버리자.

경북대강사, 가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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