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잘 알고 그에 맞춰 물 흐르듯 살아가는 법이다. 이 말은 나서야될 때 당당할 수 있고 물러나야될 때 구질구질하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선뜻 물러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지혜로운 사람(智者)이란 의미다.
▲이런 뜻에서 심재륜(沈在淪) 현 부산고검장이야말로 근래 우리가 접할 수 있었던 몇 안되게 지혜로운 사람중의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갖게된다. 1997년5월17일 그는 대검중수부장으로서 YS의 아들 김현철(金賢哲)씨를 구속, 정부수립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의 아들에게 수갑을 채우는 '불경(不敬)'(?)을 저질렀다. 감히 대통령 아들에게 불경죄를 저지른 만큼 그에게 미운 털이 박힐것이 뻔했지만 그는 당당히 자기 직무에 충실했고 결국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그가 부산고검장으로 복직한 것을 보면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은 한편으로 심 고검장이야말로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이런 측면에서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처신은 심 고검장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신 총장이 최근 말썽이 되고 있는 백궁.정자지구 도시설계 변경과정 특혜의혹과 관련 "막연한 의혹이나 유언비어를 가지고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했다. 이 말을 유추해석하면 DJ의 아들인 김홍일 의원과 관련된 수사는 않겠다는 의미도 된다. 그만큼 심 고검장은 사건을 보는 시각부터가 틀린 것이다. 그가 또 "의원 면책특권도 한계가 있다"고 한 것 또한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결국 아무리 검찰총장의 권력이 막강하다하더라도 법에 보장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두고 검찰 총수가 '한계…' 운운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더구나 자신의 동생이 이용호게이트와 관련 스스로가 군색한 처지에 있으면서 되레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없다 들고나서는 자체가 어쩐지 어색하다.
▲이런 신 총장의 모습으로 미뤄볼때 자신이 나설 자리와 물러설 자리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도 우리 기억에 남아있는 YS당시 심재륜 대검중수부장은 '현철게이트'를 당당히 파고 들었고 결국 현철씨를 구속했었던 것이다. 옛말에 '배나무 아래서는 갓 끈을 고쳐매지 말라'했듯이 의심 받을만한 것은 아예 않는게 지도자의 도리다. 이미 동생의 불미스런 일이 불거진 이상 신 총장은 수사를 않느니 하며 정권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할게 아니라 검찰을 떠나 최소한 '물러날 때'라도 지키는게 도리 아닐까.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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