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방문 당국간 회담 등 '네탓공방' 북 강경 고수

입력 2001-10-19 14:02:00

남북이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각종 당국간 회담개최의 연기를 둘러싸고 책임 전가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측은 18일 오후 남북장관급회담의 김령성 북측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과 평양 방송 보도를 통해 각종 당국간 회담 일정을 재조정하긴 했지만 '금강산' 개최라는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북측은 우리측이 제4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일정을 새로 마련해 추진하는 한편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2차 남북 당국간 회담은 설악산에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2차회의는 서울에서 각각 예정대로 개최할 것을 제안한 지난 16일 홍순영 남측 수석대표의 전통문에 대한 역수정 제의를 해왔다.

그러나 북측 전통문을 들여다 보면 남측 여론이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이산가족 일정 연기에 대한 북측 나름대로의 변명이 눈에 띈다. 이 때문에 지난 12일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시작으로 남북이 주고 받은 전화통지문 제의와 수정제의, 역수정 제의등 지리한 힘겨루기가 더욱 격화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김령성 북측 단장은 "특히 귀측이 이산가족 문제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인도적방문을 앞둔 시기에 그 무슨 전력 공백을 메꾼다는 미명 하에 미국으로부터 많은 공군무력까지 새로 끌어들인 것은 분명히 우리(북)측을 자극하는 적대행위가 아닐 수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은 귀측이 저질러 놓고 언론까지 동원하여 사실을 전도하는 행위에 급급하고 있는 것도 현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나 보려는 대화 상대방에 대한 신의없는 행동으로 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남측이 아직 공식적으로 제안하지 않고 있는 6차 장관급회담 개최 장소에 대해 북측은 '금강산'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해서 고리를 걸고 말았다. 이같은 대목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대화의 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북측이 이날 전통문에서 이산가족 방문단을 교환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확언했고, 남측 또한 남북간의 대화와 교류가 지속돼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이모두가 상대측에 책임을 겨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장관급회담 정도는 해 나가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며 "회담 개최 장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부 유관부처와 협의해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하간 남북 양측이 상대방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자세를 지속하는 한 남북관계 일정을 다시 조정, 대화에 나서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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