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암살 등 테러전 실타래 양상

입력 2001-10-18 12:24:00

미 의회 직원 수십명이 탄저균 양성 반응을 보이는 등 '탄저 테러'가 확산되는가 하면 이스라엘 강경파 각료가 암살되는 등 미국 테러와 보복 공격을 둘러싼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매듭의 실타래가 점점 꼬여가고 있다.

CNN방송은 17일 탄저균이 든 서한이 미국 상원 민주당 지도자 톰대슐(사우스 다코타) 의원의 사무실에 배달, 직원 29명이 탄저균에 노출돼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편지는 지난 15일 대슐 의원의 사무실로 배달돼 직원 1명이 이를 개봉한 뒤탄저균 감염여부를 가리기 위해 직원 50여명이 검사를 받았다.

민주당의 조 리버맨 상원 의원도 "대슐의원 사무실의 직원 다수가 감염돼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전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대슐 의원의 사무실 직원 다수가 탄저균 포자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 모두에게 항생제인 시프로를 투여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사당내 환풍장치에서도 이날 탄저균 포자 한개가 발견돼 즉각 의사당을 폐쇄하고 22일까지 철저한 방역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데니스 해스터트하원의장이 밝혔다.

해스터트 의장은 자신의 집무실은 탄저균 감염과 관련한 의심스러운 사항이 발견돼 이미 검역을 실시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

미연방수사국(FBI)은 워싱턴의 대슐 의원 사무실과 뉴욕 NBC방송사의 앵커 톰브로코측에 배달된 우편물의 필체가 매우 유사하고 동일한 반미 어투가 담겨져 있다는 점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같은 날 오전 극우강경파인 레하밤 지비(74) 이스라엘 관광장관이 동예루살렘의 한 호텔에서 암살자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이스라엘 경찰이 이날 발표했다.

지비 장관은 동예루살렘내 팔레스타인촌 부근 하얏트 리전시호텔에서 한 암살자의 총격으로 머리와 목 등에 중상을 입고 심장이 멎은 상태에서 인근 하다사 대학병원으로 후송돼 소생치료를 받았으나 3시간여만에 숨졌다. 병원측은 흉부를 절개, 심장 마사지를 하는 등 응급처치에 나섰으나 소생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암살자는 호텔 방 입구에서 지비 장관을 향해 3발의 총격을 가했으며, 함께 있던 부인이 놀라 뛰쳐 나와보니 피가 흥건한 채 남편이 복도에 쓰러져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탄피 3개를 수거했으나 호텔 종업원과 투숙객들이 총성을 듣지못한 점에 비추어 범인들이 소음장치를 장착한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측은 이번 사건을 '살인 공격'으로 규정하고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테러리즘을 중단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리엘 샤론 총리는 이날 오전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 대책논의에 착수했으며이스라엘 치안당국은 사건 직후 모든 각료들에게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외출을중지하고 자택에 머물 것을 요청했다.

이슬람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은 사건 후 이스라엘군이 지난8월27일 미사일 공격으로 알리 아부 무스타파 PFLP 지도자를 살해한 데 대한 응징차원에서 지비 장관을 암살했다고 주장했다.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의 피가 값싸지 않으며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겨냥한 사람들은 스스로도 암살의 표적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PFLP는 성명을 통해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그러나 "우리는 모든 암살행위를 전면 거부하고 비난한다"며 이스라엘 정부에 조의를 표시했다.

초강경 민족주의 성향 민족연합당 당수인 지비 장관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평화안에 반대, 15일 샤론 총리가 이끄는 연립내각에 사직서를 제출한 골수 강경파이다.

장성 출신인 그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히틀러, 이스라엘내 아랍인들을 암세포로 비유해 유명해졌으며,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깡마른 얼굴 때문에 간디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별명과는 달리 이스라엘군이 아라파트 수반의 자택을 폭격하고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아랍 및 팔레스타인에 대해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왔다.

그는 치안당국의 경호원 추가 배치 조치를 거부, 피격 당시 경호원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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