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균 테러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톰 대슐 미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 NBC방송국에 배달된 탄저균 우편물이 동일인 소행이라는 단서를확보, 테러범과 테러 배후 세력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는 4번째로 생후 7개월 영아가 탄저병 환자로 확인되고 세계 각국에서 흰색가루가 든 정체불명의 우편물이 배달돼 생화학 테러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테러 가능성 단서 확보=FBI의 한 관리는 16일 "대슐 의원에게 배달된 우편물과 지난 주 뉴욕 NBC로 배달된 우편물 모두 '뉴저지주 트렌턴' 소인이 찍혀 있고 표지 등 필적에서도 여러 유사점이 발견됐으며 내용도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동일인의 범행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 다른 FBI 관리는 "대슐 의원 우편물에서 발견된 탄저균 포자가 정교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이번 테러가 국가단위 수준의전문집단의 범행인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로버트 뮐러 FBI국장은 "조직적인 테러일 가능성까지 배제되지는 않았으나 현재까지 조직적인 테러와 직접 연계된 혐의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탄저균 테러의 배후국가로 이라크를 지목하고 있다.
CNN 방송은 16일 대슐 원내총무 등의 말을 인용해 탄저균 테러의 배후로 이라크를 지목했고 ABC 방송도 플로리다 탄저균이 국가 단위의 지원을 받아 제조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라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자 보도에서 이라크가 탄저균을 테러범들에게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그 이유로 탄저균 포자를 건조해 흰색가루로 만드는데 수 백만달러의 비용이 들고 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점, 과거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쿠르드 족을 겨냥해 탄저무기를 사용한 사실 등을 거론했다.
FBI 등 미 수사당국들도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조직, 이라크, 그리고 카불에 대규모 탄저병 백신 실험실이 있는 아프가니스탄, 수 백t의 탄저균을 생산해 온 구 소련 당사국들의 개입 여부에 대한 첩보 수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플로리다 사례처럼 호흡으로 탄저균에 감염시키려면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데 아프가니스탄 산 속에 숨어있는 그런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내가 지목하는 첫번째 후보 국가는 이라크이며 이란도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확산일로 탄저균 공포=미국에서는 15일 플로리다주 타블로이드판 신문인 '선'지 직원인 에어네스토 블랑코(73)가 탄저병에 감염돼 치료 중인데이어 생후 7개월된 영아가 탄저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탄저병 환자가 4명으로 늘었다.이 영아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뉴욕 ABC방송국에 갔다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PA통신은 16일 런던증권거래소 직원 12명이 탄저병 검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해당 직원들은 예방차원에서 병원에 보내졌고 탄저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도 우주항공청 사무실, 금융기관, 학교 등지에 흰색가루가 든 우편물이 배달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우편물에 접촉한 사람 모두가탄저균 감염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뉴질랜드, 유고, 체코, 벨기에 등에서도 의문의 흰색가루가 든 우편물이 배달돼 이 가루에 노출된 사람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탄저균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멕시코에 이어 파나마 볼리비아 등 3개국이 탄저균 방역비상령을 내렸고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탄저균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한편 우편물을 이용한 탄저균 테러의 주 대상이 미국 주요 언론사와 유명 언론인이었고 이 때문에 미 언론들이 탄저균 테러를 연일 대대적으로보도하면서 공포와 불안이 더욱 고조돼 이번 테러는 극도의 효과를 얻게 된 셈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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