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대구 -(18)택시문화

입력 2001-10-16 15:06:00

경북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마크 쉴(35.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

대구에 온지 4년이 지났지만 택시 타기가 늘 두렵다.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차를 잘 세워주지 않고, 차를 타도 이리저리 둘러가는 경우가 많다.

대구 지리에 밝은 쉴씨가 왜 돌아가느냐고 물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척 하는데다 되레 빨리 돈을 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기 일쑤다.쉴씨는 "대구의 택시에는 에티켓이 없다"고 했다.

대구시 홈페이지에는 택시의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글이 끊이지 않는다. "택시기사가 양해도 구하지 않고 합승을 했다", "반말을 내뱉었다", "곡예운전으로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았다",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다" 등등.한 시민은 택시회사에 전화를 해 항의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홈페이지에 택시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대구시 교통불편신고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불친절, 승차거부, 부당요금, 합승 등의 불편신고 건수가 2천4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1건이나 늘었다.신고내용 중 불친절이 879건으로 가장 많고, 승차거부 454건, 합승 255건, 부당요금 105건 등으로 나타났다.

승객 위주와는 거리가 먼 우리네 택시와 달리 선진국의 택시는 시민들과 함께 하려 여러가지로 애쓰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의 택시들은 친절은 기본이고, 승객안전을 위해 매주 내부엔진까지 점검할 정도로 정성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회화는 물론 고궁이나사원의 역사, 종교철학까지 설명할 수 있는 운전기사를 양성하고 있다. 영국 런던 택시의 대명사인 블랙캡의 경우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선 18~36개월동안 런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혀야 한다. 넬슨 제독 동상 근처의 차링 크로스역을 기준으로 반경 6마일 이내 모든 길과 건물 입주내역을 외우지 못하면 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는 것.

싱가포르의 택시회사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를 마련, 수익의 일부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회사원 장보걸(29)씨는 "대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이젠 대구의 택시가 달라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친절이 생활화돼야하고, 일부 개인택시에 국한된 외국어 동시통역시스템도 확충하는 등 국제화에 걸맞은 택시문화를 정착시켜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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