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전쟁-4)경제파장

입력 2001-10-12 14:33:00

9·11테러와 미국의 보복공격으로 세계경제는 불안의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미 테러참사는 항공업계를 시발로 보험업계, 관광업계, 숙박·요식업계까지 연쇄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또 대규모 감원, 불투명한 경제전망, 소비심리의 위축이 겹쳐 테러의 여파는 시간이 흐르면서 전 업계에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보복이 얼마나 단기간에 끝나는가 여부에 따라 세계경제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에 보복전쟁이 끝날 경우 금융, 원유시장이 일시 동요하더라도 세계경제는 다시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지만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6일 워싱턴에 모인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9·11 테러로 세계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되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그러나 "경기회복을 위해 이미 단호한 조치를 취했으며, 향후 전망에 대해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관적 전망이 대체로 우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6일 9·11 테러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세계 경제 둔화세가 악화될 위험이 더 커졌다고 전망했다. IMF는 2001, 2002년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 5월 예상치 3.5%보다 0.6% 포인트 떨어진 2.9%로 1993년 이래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미 현 경제상황을 불황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쉽사리 회복세를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런던소재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경제예측(OEF)의 전망치도 밝지 않다. 이번 사태가 소비심리와 주가, 유가 등에 미칠 영향을 추산한 결과 세계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 증권은 "뉴욕 워싱턴의 항공여행과 산업생산이 3분기 중 50% 감소하고 4분기에도 2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는 방위산업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가가 크게 빠진 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곧 발표될 기업들의 3/4분기 실적여하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테러의 구체적 영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러에 따른 직접적 재산피해와 엄청난 인명손실 외에 미 산업계가 올 한 해 약 1천억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 취업알선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는 9월중 미국내 기업의 정리해고 대상 인원이 총 24만8천332명이며 이중 20만807명이 테러사태 후 해고당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군사 작전이 장기화 할 경우 개발도상국 국가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ING베어링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아시아 국가들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적어도 2% 포인트 이상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 성장, 물가 등 실물지표의 악화는 물론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전망이다. 이로 인해 경기회복 시도도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경제성장세가 둔화돼 교육규모가 감소하고 달러화 약세에 따른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므로 전체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대미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민간연구소들은 우리 경제의 회복시기는 빨라야 내년 2/4분기, 아니면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