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밖의 넓은 세상-어린이 마당극 준비

입력 2001-10-10 14:26:00

7일 오후 대구 대명동에 있는 전통 탈춤패 '한사위' 연습실. 단원들 대신 초등학생 9명이 모둠을 나눠 역할극에 열중하고 있었다. 늦게 들어온 자녀에게 엄마가 왜 늦었느냐고 묻는데서부터 상황은 시작.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어린이들의 손에는 대본이 보이지 않았다. 대사며 동선(動線)이며 진행되는 내용이며 3개 모둠마다 제각각. 그런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연습해온 듯 어색함 없이 풀려나가고 있었다.

"학교서 해 본 연극이랑 너무 달라서 처음엔 혼란스러웠어요. 대본도 없고, 선생님도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우리끼리 알아서 하는 거죠. 힘은 들지만 이게 더 재미있네요". 심효창(경대사대부초 6년)군은 흥에 겨워 있었다. 이날 역할극은 오는 20일과 21일 대덕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어린이 우리 문화 한마당' 마당극 경연에 나가기 위한 준비. 역할극을 통해 어린이들끼리 상황과 대본을 만들어나가고 연출까지 스스로 해내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된 연습에 지겨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어린이는 하나도 없었다. 스스로 짠 연습 계획표에 따라 거울 보고 연기 하기, 신체로 조형물 만들기, 마음 나누기 등 기본적인 훈련에서 계속되는 역할극까지 어른도 지칠 만한 프로그램을 즐겁게 소화해냈다. 송바름(여·반야월초 5년)양은 "우리 손으로 연습부터 작품 만들기까지 모두 하니 고생스러워도 무척 보람 있다"며 뿌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린이들을 지도한 박재경(계명대 마당극패 진달래 단원)씨는 "대학생 단원들도 두세 시간 연습에 쉽게 지치는데…"하며 혀를 내둘렀다. 연습을 끝내고도 힘이 남아도는지, 어린이들은 다음 연습 일정을 짜고 극에 필요한 소품, 대본 정리 등을 의논하느라 떠들썩했다.

6일 오후 연습을 한 효성초교 어린이 8명은 이미 대본을 스스로 완성했다.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라는 동화를 각색한 것. 금방망이를 찾으러 온 도깨비들을 엄마 아빠가 깨끗이 씻어주는 게 줄거리. 동화 내용대로 자기들끼리 역할극을 해 보면서 네 마당으로 나눠 무대 모습이며, 대사며, 연기 내용까지 만들어냈다.특이하게도 이들은 모두 학교 축구부에서 함께 뛰는 선수. 한 엄마의 제안으로 마당극 참가가 이뤄졌고, 축구에서 호흡을 맞추던 어린이들이라 마당극에서도 척척 손발이 맞았다.

이렇게 어린이들 스스로 마당극이나 인형극을 만들어 20일 행사에 참가하는 팀은 모두 9개. 동화 '혹부리 영감'을 마당극으로 만들어낸 신천초교 어린이들과 파동초교, 칠곡초교 어린이들, 대구 비산동에 있는 공부방 '배꼽마당'의 어린이팀 등. 여기에 월곡초교, 구암초교, 장애우팀 등 6개 팀의 풍물패도 행사에서 그동안 갈고 닦아온 풍물 솜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월곡초교 임성무 교사는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창의성을 기르고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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