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갤러리M 초대전 원로화가 김종복씨

입력 2001-10-10 00:00:00

◈어느새 칠순...할수록 힘들어요

"하면 할수록 힘들어요. 늘 그려도 맘에 차지 않는 경우가 많죠".

만 71세의 여류화가 김종복(金宗福)씨의 그림 욕심(?)은 끝이 없는 듯 했다. 붓을 쥔지 50여년이 넘었건만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적잖이 반가웠다. "아직도 끊임없이 바뀌어야 하는데 대한 부담이 큽니다". 작품은 연륜과는 전혀 관계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예술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그만큼 그는 지칠줄 모르고 활동하는 작가다. 지난해 가을 서울에서 80여점의 작품을 내거는 대규모 개인전을 연 데 이어, 올해 또다시 개인전을 연다. 이달 10일부터 31일까지 갤러리M(053-745-4244)에서 열리는 초대전이 바로 그것이다.

그를 생각하면 먼저 '산(山)'이 떠오른다. 붉은색 계통을 주조로 하는 강렬함, 화면을 꽉 채운 긴장감, 다소 해체된 듯한 이미지 속에 비치는 서정성...

보통의 작가라면 붉은 색을 쓰길 주저한다. 천박하고 들뜬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 그가 200호의 큰 캔버스를 붉은 색이나 분홍색으로 가득 칠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강렬한 느낌으로, 품위를 갖춘 작품으로 다가온다. 그게 바로 큰 작가의 특권이 아닐까. 노란색 등 원색을 주조로 한 풍경화 '하늘 시리즈'와 스케치 등 근작 25점을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다.

화풍은 작가의 내면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는 요즘 몸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도 말에 거침이 없고 직설적이었다. "젊을 때는 아주 얌전했지…. 나이를 좀 먹으면서 강하게 살아왔던 것 같아".

그는 여류화가의 선구자다. 전국에서도 동시대에 활동하는 여류작가는 두세명에 불과하다. "힘든 시절이었지. 캔버스도 직접 만들어 썼고 배울 사람도 마땅찮았어. 무엇보다힘든 건 여성으로서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는 것이었지".그는 지난 72년 42세의 나이에 파리유학을 감행, 7년간 그곳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것이 자신을 성장시킨 요인중 하나라고 했다. 지난 95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교수직을 정년퇴임한 그는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려왔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호당 200만원의 가격에 작품을 팔겠다고 밝혀 관심을 끈다. 미술시장이 위축된 요즘, 그정도 가격은 상당히 높은 것임에 틀림없다. "10년전 팔던 가격이야. 화랑에서 좀 낮추자고 권하지만, 작가의 자존심상 그럴 수 없지. 아마 대구에서는 팔기 어렵겠지…" .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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