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격 우려 조기종식 기대

입력 2001-10-08 12:24:00

8일 새벽잠을 깬 시민들은 미국이 아프간 공격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부분 놀라움을 나타냈다. 시민들은 미국이 한달 가까이 별러온 테러보복을 마침내 감행하자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확전의 걱정과 함께,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특히 반인륜적 테러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응징은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또다른 보복과 갈등을 낳는 전쟁의 조기종식을 기대했다.

시민들은 차분한 일상생활속에 시시각각 전해지는 미국의 군사공격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김보경(대구프뢰벨 학습지 교사)= 개인적으로 전쟁만은 반대했었는데 아침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속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쟁이 장기화로 치달아 우리 나라 경제가 회복불능으로까지 나빠질까 우려된다.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국제기구를 통한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세계경제와 평화를 위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용원(대구대 경제학과)교수 = 우리경제는 단기적으로는 국내증시가 떨어지고 소비심리가 위축하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격이 인접국으로 확대되지 않고 2차 보복테러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제거돼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국민들도 동요하지말고 성숙한 자세로 대처해야 우리에게 돌아오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번 기회를 경기회복의 호재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희석(경북대 정치외교학과)교수= 미국의 공격에 40여개 나라가 지원하는 등 전세계적 연대전쟁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이슬람권의 경우, 친미.반미로 내부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커질 수 있는만큼 단기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범이슬람권과 범기독교권간의 문명충돌양상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지난 미테러참사때 북한이 반테러리즘에 동참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어 이번 미국의 보복공격으로 남북관계 악화조짐은 없어 보인다.

▲심성환(영남대 전자공학과 석사과정) = 예상된 공격이었지만 실제로 일어날지는 몰랐다. 미국은 테러가 왜 일어났는지 반성하는 자세보다 폭력을 택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더 이상 확전되지 않도록 자제하고 이슬람 국가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대이슬람정책 변화를 모색해야한다.

▲김동영(인터파크여행사 대표이사)= 유럽쪽으로의 여행수요가 1차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꽁꽁 얼었던 여행수요가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다.

하지만 미국 테러사건 여파가 워낙 컸던터여서 이에 따른 충격이 다 미쳤다는 예측도 있어 지난번에 일어난 것처럼 급격한 여행수요 위축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미국이 8일 새벽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하자 국내 항공기가 긴급회항하고, 유럽여행에 타격을 주는 등 국내 항공 및 여행업계들에게 지난 미 테러참사에 이어 또 다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7일 밤 11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가던 대한항공 KE 517편 화물기가 8일 새벽 1시쯤 우즈베키스탄과 인접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일어나자 중국 영공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날 새벽 4시 30분쯤 긴급 회항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타슈켄트행 주 2회 정기화물기의 항로변경, 운항중단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대한항공의 경우 스위스, 로마,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지역 5개 노선, 아시아나항공은 프랑크푸르트 1개 노선 등을 각각 운항중이며, 이들 노선의 항로가 전쟁이 일어난 중동과 떨어진 러시아 북쪽이어서 여객기는 8일 오전 현재 정상운항되고 있다.

그러나 양 항공사는 전쟁이 확전될 경우 유럽노선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 항로 및 운항횟수 조정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착수한 항공사들은 테러, 전쟁 등 악재가 겹치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지난 미 테러참사이후 탑승객이 급감한 주 2회 인천~암스테레담과 인천~이집트 카이로노선을 잠정 폐쇄했고, 아사아나항공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미주노선의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지난 테러참사여파에다 또 다시 유럽여행에 영향을 주는 중동에 전쟁이 발발, 불안심리로 탑승객이 크게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여행업계도 지난 미 테러참사이후 미주 및 유럽지역 여행객이 평소보다 20~30%이상 감소, 피해를 본데다 아프간 전쟁여파까지 겹쳐 유럽지역 여행객이 급감할 것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테러와 전쟁은 특히 항공기를 타는 장거리해외여행객들에게는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며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유럽지역여행 감소는 물론 타 여행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국제공항에는 8일 경찰특공대 및 전경대 병력 100여명이 배치, 24시간 경계를 실시하고 있고, 승객들을 대상으로 신분확인 및 소화물개봉 검색도 강화하고 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대해 포항공단 등 업체들은 비상 물류 수송책을 논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미공단 = 중동지역 수출액이 연간 8억달러로 공단 전체 수출량의 5.4%를 차지하고 있으며, 섬유가 60%, 전자가 40% 정도이다. 이처럼 수출 의존도는 그다지 높지 않으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섬유업체인 (주)대홍의 경우 올 전반기까지만 해도 월 30만∼40만 달러 어치를 중동에 수출해 왔으나 그곳 정세가 불안해진 석달 전부터 이미 수출량을 10만달러 수준으로 감축시켜 왔다. 이는 수출품에 대해 전쟁부담금, 선임료 등이 대폭 인상됐기 때문이라는 것. 이때문에 이미 수출 계약이 이뤄진 물량에 대해서까지 선적 여부를 재검토 중이라고 관계자가 전했다.

세양산업도 사우디.아랍에미레이트 등에 연간 600만 달러 어치를 수출해 왔지만 올해는 400만달러 정도에 그치고 특히 연말까지 남은 물량의 수출도 불투명해졌다.

전자업계 경우 파키스탄에 TV를 수출하고 있는 LG전자가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약800만 달러의 수출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 전쟁으로 약 300만달러 어치의 수출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관계자는 "아직 직접 피해는 없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포항공단 = 200여개 공단 업체 중 아프가니스탄 및 인접국과 직접 교역하는 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철강 등에 상당한 원가상승 부담으로 작용해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고, 특히 전쟁이 장기화 또는 일부 아랍권 국가로 확전될 경우 수출화물 운송 차질 등 직접 피해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부 해운사들이 8일부터 중동방면 수출물량에 대해 비상 할증료를 부과할 방침을 밝혔다며, 운항 차질에 따른 납기지연 등 운임 부담 가중과 물류 차질 등 여러 분야에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철강업 관계자들은 "일부에서는 전쟁 장기화가 철강업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사정으로 봐 혼란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포철.포스코개발 등은 사우디.이집트.이란 등에 극소수 직원을 파견해 두고 있어 현지 공관에 이들의 안전 대책 마련을 요청해 두고 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경북도청 움직임 = 지난 미국 테러 때는 역내 업체들이 수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으나 이번엔 석유값 상승 등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 8월 말까지 경북도내 업체의 대 중동수출액은 5억3천3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 7억1천200만달러의 75%에 이르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8일 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직후 주한미군과 경찰은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보복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미연합사는 공습소식이 전해진 이날 새벽 곧바로 한미연합 위기조치반을 가동하고 전·후방 전국 각지에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캠프워커, 캠프헨리 등 대구지역 미군부대들도 각 출입문에 바리케이드를 겹겹이 설치하고 출입자에 대한 신분확인 및 출입차량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도 공습소식이 전해진 이날 새벽 2시 경계강화령을 발령하고 전 경찰관의 비상연락 체제 유지 및 국가주요시설.한국내 미국관련시설에 대한 경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관할내에 있는 미군부대 출입문 5곳과 미군부대 인근 취약지역 3곳, 지하철 현충로역 등 모두 9곳에 경계병력을 배치했다"며 "지난달 테러사건 이후와 같은 수준의 경계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경북도청과 경북경찰청은 미국의 대테러 보복공격이 시작된 8일 오전6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 주요시설에 대한 경계 경비를 강화하고 재난.화재 취약시설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특히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도내 곳곳의 축제 행사장에 대한 순찰을 강화해 관광객 안전에 만전을 기하도록 했다.

경북도의 경우 지난 미국테러때 수출피해는 거의 없었으나 이번 미국의 보복공격이 장기화되면 석유값 인상 등으로 수출원가 상승 및 대 미.중동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8월말까지 경북도의 대 중동수출액은 5억3천3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 7억1천200만달러의 75%에 이르고 있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상황 유지반을 24시간 근무케 하고 포항과 칠곡의 두군데 미군시설 경비병력을 증강, 경비를 늘리고 포항과 예천공항 및 29곳의 국가 중요시설과 19군데 대테러시설에도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8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격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접한 파키스탄 등 지역의 이슬람권인들은 전쟁 확대 및 경제적 여파 등에 대한 우려 및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8일 오전 8시쯤 대구시 달서구 감산동 파키스탄인 상점인 다르 상사에 파키스탄인 6명이 모여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해 고향의 가족들 안전을 걱정하는 한편 혹시나 이슬람 전역 전쟁이 확대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등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파키스탄인 모하메드 나담 알리 다르(29)씨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소식을 접하고 CNN 방송을 보느라 잠 못 이뤘다"며 "부모님과 형제들이 있는 파키스탄의 제헬름(Jhelum)이 아프가니스탄 국경으로부터 차를 타고 5-6시간 밖에 걸리지 않아 전쟁 여파가 고향에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르씨는 또 "아침에 고향에 있는 형님에게 전화하니 어제까지 들을 수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라디오를 오늘은 들을 수 없고, 자녀들을 당분간 학교에 보내지 않을 계획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제와는 다른 초긴장 분위가가 파키스탄에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향에 있는 다르씨의 형 쟈베드(Javaid.33)씨에 따르면 파키스탄 언론에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어 대부분 파키스탄인은 CNN 등 외국 언론을 통해 전쟁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쟈베드씨는 또 미국의 군사목적을 위해 간다르 등 공항이 폐쇄, 항공기 운항도 중단될 것이라고 전했다.

물량 확보 및 수송 등의 문제로 대구와 파키스탄을 오가는 무역에도 심각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전쟁이 파키스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안경을 파키스탄으로 수출하는 무역상 일판(Irfan.33.파키스탄)씨는 "보름전까지 안경 및 섬유 관련으로 대구에 와 있던 파키스탄 바이어들 20여명이 보름전 고향으로 다 떠났다"며 "10일전 SQ, CX 등 파키스탄으로 가는 항공편이 모두 중단돼 물량 확보 및 수송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지금은 나머지 항공도 운행이 중단,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편 중단에 따라 대구에서 파키스탄으로의 항공소포 운임료도 1kg 기존 3천800원에서 5천500원 정도까지 인상되는 등 물품 보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고 컴퓨터 무역업을 하던 파키스탄인 미얀(Mian.33)씨도 보름전 물건을 보내지 못해 손을 놓고 있다. 미얀씨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15만-20만 정도가 이미 파키스탄으로 몰려온데다 계속 들어오고 있어 음식, 숙식, 의약품 등 제공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전쟁이 파키스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해도 난민, 보복 우려 등 벌써 전쟁 여파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슬람바마드와 차량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고향 제헬름으로의 난민이 몰려오지 않을까도 함께 근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또 만약 단순히 빈라덴 체포를 위한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아니라 이슬람권으로 확대된다면 형제국을 도와 미국에 항전할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제와 어려운 국민들이 더 큰 고통을 받지 않도록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테러와의 전쟁인 만큼 세계전쟁으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에 거주중인 파키스탄인 등 아랍권 국민이 2천500명에서 3천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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