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거합 검도'창안 도호일씨

입력 2001-10-08 00:00:00

도호일(45)씨는 사단법인 거합 검도 총연합회를 창안한 대구의 무술인이다. 합기도, 검도, 공권도 등 무술 23단의 고수. 그쯤 되면 하늘을 붕붕 날고 한 주먹에 철문을 부수고도 남을 것 같지만 그에게서 무술 23단이자 새 검법을 창안한 '무림고수'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곱살한 외모, 166㎝, 66㎏의 비교적 작은 체구, 굳은살 하나 없는 주먹, 나지막한 목소리는 오히려 백면서생 같은 느낌을 준다.도 관장이 창안한 거합 검도는 현재 영남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32개 도장이 개설돼 있고 미국과 캐나다에도 도장을 열었다. 모두 그의 제자들이 개설한 체육관. 그래서 거합 검도는 전국 어디를 가든 배우는 과정과 복장이 동일하다. 널리 알려진 일반 검법이 경기위주로 짜여 있다면 거합 검법은 수련과 생활체육용으로 짜여져 있다. 힘쓰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이 비교적 쉽게 배우고 즐기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무술인들은 대부분 외고집이에요. 옛날에 배운 것을 그대로 전수해야만 정통이라고 믿는 거죠. 조금만 다르면 사이비로 몰아세우기 일쑤고요. 사회가 바뀌면 무술을 배우는 이유도 변하고, 배우는 방법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 관장이 거합 검법을 창안한 이유다.

옛날 사람들의 수련은 호신이나 한풀이에 가까웠지만 요즘의 운동은 건강을 위한 생활체육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떤 면에서 도 관장도 한풀이로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다.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중학교를 1년 늦게 진학해야 했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마쳐야 했다. 그런 그를 붙들어준 것은 합기도와 검도였다. 그에게 운동은 한풀이었고 작은 체구 탓에 불량 청소년의 표적이 되었던 시절엔 호신술이었다. 그러나 현대인에게 운동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의 일부라고 그는 믿는다. 그래서 그의 가족들도 모두 무술 유단자들이다. 아내는 합기도 2단에 거합검도 초단, 큰딸은 합기도 2단, 둘째 딸은 거합 검도 2단, 아들은 거합 검도 초단….

"무술이 무술인들만의 독점물이 돼서는 안됩니다. 어떤 면에서 무술인들은 외톨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예의 생활화, 사회화가 제가 거합 검도를 만든 목적이기도 합니다". 그는 무술인들이 지나치게 운동만 강조한 탓에 생활인으로 자리잡지 못했다고 말한다. 산 속에서 도 닦으며 살지 않을 바에야 사회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도 관장은 91년부터 3년 동안 거합 검도 교본을 직접 집필했다. 중학생때부터 배워 체득한 여러 가지 운동을 접목해 새 검법을 만든 것이다. 새로운 자세를 만드는 일은 생각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다. 머리를 잔뜩 쓴다고 새 검법이 나오는 것이 아니며 힘으로 무작정 밀어붙여 새 검법을 만들 수도 없다. 오랜 세월 몸에 배인 여러 종목의 운동이 도 관장의 새 검법 창안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의 체육관엔 수련생이 많다. 20년 이상 운영해온 체육관에 변함 없이 수련생이 북적대는 것은 그의 부드러운 지도 방법 덕분이다. 투기 종목이라는 이름으로 힘을 강조하고, 거칠게 훈련하던 세월은 이미 지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덕분일까, 그는 이제 겨우 마흔 다섯의 나이에 주례를 세 번이나 맡아야 했다. 그의 도장을 거친 회원들이 간곡히 청해왔기 때문이다.

91년 창립, 올해 8월 사단법인으로 지정된 거합검도는 오는 11월 20회째 선수권 대회를 치른다. 가난한 무술 단체가 자체 비용으로 한해도 거르지 않고 대회를 열 수 있었던 것은 무술의 생활화를 소망해온 도 관장의 노력 덕분이었다. 도 관장은 그러나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며 세계 최고의 한국 무술을 만들겠노라고 다짐한다.

사람들은 도 관장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 말은 그가 큰돈을 벌었다거나 어려운 조건 속에서 사단법인 설립에 성공했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스승의 사랑과 동료들의 이해, 제자들의 존경을 한마디로 뭉뚱그려 사람들은 '성공'이라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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