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 어떻게 될까

입력 2001-10-08 00:00:00

미국의 테러보복공격이 드디어 8일 새벽(한국시간) 감행됨에 따라 전세계 주식시장이 다시 전쟁 공포속에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일단 테러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처럼 극단적인 충격을 몰고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가장 충격적인 양상으로 전개된 테러사태와는 달리 충분히 준비된 시점에서 보복공격이 현실화했다는 점 때문이다.

보복공격이 단행되기까지 1개월 가까운 상당한 시간이 흘러가면서 '전쟁공포감'이 어느 정도 희석됐다는 점은 오히려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전문가들은 이번 보복공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와 어떤 수위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증시에 미칠 파장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화하면 지난 걸프전 때와 유사할 듯

미국의 보복공격이 단순히 아프가니스탄에 은거한 테러범 오사마 빈 라덴을 잡거나 제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볼 때 이번 공습이 일회성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지난 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서 비롯된 걸프전과 같은 장기적인 파장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성진경 연구원은 "미국의 보복공격은 미국증시는 물론 전세계증시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보복공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가와 환율 등 대외변수들이 증시안정에 직접적인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증시의 불안정은 곧바로 세계 증시의 흔들림으로 연결될 것은 물론이다. 지난 테러사태 당시에도 일본은 물론 영국, 독일, 홍콩, 싱가포르, 대만, 호주 등 전세계 증시는 붕락사태를 면치 못했다.

특히 한국증시는 전세계 증시중에서도 '미국바람'을 가장 심하게 타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국내증시는 당분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미국의 보복공격에 맞서 또다른 테러사태가 일어날 경우 전세계 증시의 충격과 함께 국내증시도 또한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기전에 그칠 경우 호재로 작용할 수도

보복공격이 단기에 끝날 경우 불확실성 해소와 새로운 수요촉발이라는 측면에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충분히 예견된 사태지만 보복공격이 일단 시작됨에 따라 초기에는 당연히 투자심리가 위축돼 시장이 흔들리겠지만 사태가 단기에 끝날 것이라는 확신이 퍼지게 되면 오히려 안정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증권 조덕현 연구원은 "최근 주가의 흐름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미리 반영해왔다는 점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도 "일단 전쟁 자체는 분명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미 미국이 이긴 전쟁으로 인식되는 이번 사태가 단기에 끝날 경우 증시에는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역시 미국의 향후 대응에 달려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그동안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 투자자들의 선반영 심리가 충분히 시장에 영향을 준 만큼 8일 새벽 보복공습 개시로 실제 전쟁이 터졌다 하더라도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조기에 단행되리라던 보복공격이 상당히 늦춰지면서 전쟁공포감이 충분히 희석됐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가능케 한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이사는 "이번 보복공격 개시가 증시의 하락을 가속화하는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국내 증시는 단기간 급락하는 최악의 전쟁시나리오를 선반영했기 때문에 10월 증시 전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