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5일 수업제 왜 서두르나

입력 2001-10-06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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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갑자기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 주 5일 수업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그 저의부터 이해하기가 어렵다. 공무원 주 5일 근무가 내년 3월에 시행되면 우선 월 1회 또는 격주로 실시할 방침이라지만, 민간부문의 이 제도 도입 문제가 아직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간 교육부는 이 제도를 공공부문은 물론 5인 이하의 사업장까지 포함한 민간부문의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된 뒤의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여 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와의 협상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주 5일 근무제의 돌파구를 교육부를 내세워 열어보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주 5일 수업제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여건과 교육 환경 등에 비춰볼 때 선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으므로 우려의 소리가 높고, 학부모들도 불안해 하고 있는실정이다. 우선 현행 교육과정이 연간 220일을 기준으로 편성돼 있어 수업시간표 재편성 등 학사일정 개편이 불가피하게 되며, 토요일 수업의 평일 끼워넣기, 방학 일수 줄이기 등의 문제도 따르게 된다.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학교 밖 교육 프로그램 개발, 사회교육 인프라 정비, 학력 저하와 사교육비 증가, 주말 학교 개방에 따른 사고 증가 가능성 등이다. 학생들이 보고 배울 시설과 프로그램이 부족해 토요일을 휴일처럼 쉬기만 한다면 과외학습이나 놀이에 방치하는 결과를 부를 것은 뻔한 일이다. 또한 맞벌이 부부 자녀의 생활지도 공백. 토요 프로그램 운영 등에 다른 교사의 업무 가중 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 5일 수업제는 언젠가는 가야 할 방향이나 지금으로서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일본이 이 제도를 도입하는데 무려 30년이나 걸렸고, 1996년부터 전면 실시하고 있는중국의 경우 사교육비 증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음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제도는 철저한 준비와 대책을 세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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