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들녘앞 농부의 눈물

입력 2001-10-06 1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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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록의 어린 모들이 가뭄과 홍수의 인고를 딛고 푸른 빛을 내더니 어느새 황금들녘으로 온통 물들이고 수확철을 맞았다.

누렇게 익어 가는 황금들녘의 논두렁에서 만난 70대 농민은 밝은 웃음 보다 복받치는 서러움에 눈물을 흘려 보기가 안스러웠다.

이같은 황금들녘이 근심들녘으로 변해 여름내 땀흘린 농민들의 노고와. 땅과 대자연이 빚어낸 오묘한 조화를 생각하면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쌀이 남아 돌아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 들판엔 격앙가 소리 대신 농민들의 한숨이 쌀 재고 만큼이나 쌓이고있다.

오죽 했으면 농민들이 나락 가마니에 불을 지르며 쌀생산비 보장. 개방농정 철폐를 외치며 거리와 도로로 뒤쳐 나왔을까.

1천500년동안 주곡자리를 지키며 존대 받았던 쌀들. 쌀은 생명이요 농심은 곧 천심 이라던 농삿일이 1970- 80년을 지나면 뒷방 신세로 밀려 났다.

농지 자리엔 공장이 들어 섰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공산품이 수출길에 올라 GNP를 높히는 동안 농산물 가격은 항상 제자리 걸음이였다.

역대 정권이 농업을 살린다며 42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농가에 남은 건 빛 뿐이며 이제는 농민들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수출효자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을 외국에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한다며 농산물 시장 마저 개방해 버린지 오래다.

그리고 내놓은 것이 쌀 증산 대책 포기요 추곡수매 동결이며 논농업 직불제와 휴경제도를 무슨 시혜인양 내 놓았다.

이대로 가다간 농업생산기반은 어찌 될 것인가?. 휴경제 등으로 쉬었던 일손이 다시 농기구를 잡을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농업은 이제 시장판에서 눈을 부라리며 계산하는 셈법으로는 안되며 생명산업. 환경산업이라는 말을 빌지 않더라도 모두의 따스한 시선과 마음 없이는 살아 남기 힘든 처지에 놓이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황금빛 벼색깔이 자식 뒷바라지로 늙어 버린 어머니의 얼굴 빛으로 비칠 때 황금들녘에서 왜 농부가 눈물을 흘리는지를 이해 할 것이다.

상주· 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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