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으로 열병합발전소가 멈춰서는 바람에 구미공단 업체들이 열을 받았다. 그 화증을 모아 놓았던 곳이 5일 오후 구미상의 회의실. 열병합 발전소로부터 증기를 공급받는 새한.한국합섬.코오롱 등 대기업이 포함된 58개 업체 대표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상황은 대체인력들이 겨우 발전기 점화에 성공하긴 했으나 증기 생산량은 평시의 30% 수준(100t)에 불과했던 정도. 때문에 18개 업체가 증기를 못받아 조업을 중단하고 있던 중이었다.
회의 참가자들은 화가 매우 치밀어올라 있었다. 구미상의 박동식 회장은 "구미공단 전체 생산액의 28.9%(5조4천569억원, 연간 기준), 수출의 34.4%(36억5천200만달러), 근로자 수의 33.1%(2만1천958명)를 차지하는 58개 증기 사용 업체들이 고스란히 앉아서 줄도산 사태를 맞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IMF 상흔을 치유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미국 테러사건까지 겹쳐 경기가 거의 절명 상태인데도 공기업인 열병합발전소의 노조가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탁자를 쳤다.
한 중소 섬유업체 동력지원 담당자는 "모처럼 수출 주문이 밀려 있던 중에 증기 공급이 끊겨 5억원이나 피해를 입었고 거래선도 끊길 위기에 처했다"며, "당장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자"고 참석자들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업체마다 1, 2명씩 관련 종사자들을 차출해 열병합발전소를 정상 가동시키자"고 호소했다.
이런 주장에 따라 대책회의는 △업체별 생산차질 등 피해액 집계 △노조원 복귀를 위한 설득 방안 강구 △차출 가능한 대체인력 확인 △공단.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제기 문제 △노동부 등과의 협조체제 구축 등을 다룬 뒤 빠른 시간내 정상가동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내 최대 규모 내륙 산업단지인 구미공단이 '공기업'인 열병합발전소 노조의 파업으로 휘청거리는 현장이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