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달 동안 안동에서는 '세계 유교문화 축제'가 열린다. 오늘날 한반도의 남쪽은 목하 축제공화국이라고 할만큼 각종의 축제가 계속된다. 특히 10월 한 달은 축제가 집중되는 시기,축제의 계절이다. 축제가 많다는 것을 굳이 시비할 필요는 없다. 모여서 보고 즐길 일이 있다는 것은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우리의 삶을 부드럽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자되는 대규모 축제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모여서 보고 즐기기의 차원을 넘어서서 국가 자본의 효율적 투자라는 점과 연결되는 탓이다. 투자되는자본의 규모에 합당한 문화적 이익이 창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도외시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과연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수 없이 열리는 다종의 축제들은 우리사회의 문화적 이익을 창출하여 냈고, 또 내고 있는가? 오늘 우리는 우리사회의 축제 열기를 앞에 놓고 이런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질문 앞에 서 있을 때 우리의 축제문화는 조금은 더 건강성을 담보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안동의 10월을 장식하여줄 '세계 유교문화 축제'를 앞에 두고도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안동에서 열리는 '세계 유교문화 축제'는 유교문화 그 자체를 돌아보고 기리자는 목표를 갖는 것은 아니다. 유교문화 그 자체는 우리의 관심사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돌아보고 고민해야할 것은 '우리 역사 속의 유교문화'이지 '그 자체로서의 유교문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 속 유교문화'는 우리의 근세와 맞닿아 있는 전통시대를 이끌어 갔던 중심 역량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근세가 '조선왕조의 멸망'과 '서양의 전면적 수용'이라는 진행방향을 걸어가게 됨으로써 우리는 우리 전통시대의 마지막 시기를 중심에서 이끌어 갔던 이 '유교문화'에 대해서 건강한 시선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역사 속에서 우리가 받은 상처가 너무 컸으므로 전통문화를 버리고, 흠집내고, 욕하기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하나의 문화가 진실로 자긍심의 터전을 갖추기 위해서는, 진실로 자생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통과 현대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현실 속에서 손을 맞잡지 않으면안된다. 그것은 오늘 우리의 역사 속에서는 '우리 역사 속 유교문화'로 대표되는 '전통'이 오늘 우리의 '산업사회적 삶'과 화해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해야 한다는 문제로 요약된다. 2001년은 퇴계 이황이 태어난지 5백년 째 되는 해이다. 안동의 '세계 유교문화 축제'는 이것을 기념하여 퇴계 이황으로 대표되는 우리 전통 속의 유교문화와 오늘 우리의 삶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역사적 화두로 떠올리고자 하는 목적을 갖는다. 우리 역사 속 유교문화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을 우리는 우리의 현재적 삶 속으로 들여놓아야 할 것인가? 그것을 우리 속으로 끌고 들어오고자 한다면, 그 중 어떤 덕목들을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세계 유교문화 축제'는 우리가 대중적으로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응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저 행사에 지나지 않는 축제는 의미가 없다. 세계의 유교문화를 알아보거나, 우리 역사 속 유교문화를 곁눈질하여 보는 축제도 마찬가지이다. 진실로 우리가 목숨을 걸어야하는 것은 오늘 우리의 현재적 삶을 어떻게 바람직한 것으로 만들어갈 것이냐 하는 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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