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적으로 오늘날의 생활환경은 지난날에 비해 심미적 관점에서도 크게 향상되었다고 본다. 어릴 때의 기억으로 돌아가 보면 당시의 삶의 환경이란 지금에 비해 무질서하고 척박했다.악취가 나는 시궁창이 복개가 되지 않은 채 흐르고 있었고 공터에는 내다버린 쓰레기와 오물이 쌓여 있었다. 골목길은 울퉁불퉁했고 비가 오면 진창길로 변했다. 그때에 비하면 외관상으로는 지금의 모습이 깨끗하고 단정하다. 이것은 누구라도 그간의 경제 발전의 덕분이라고 믿는다. 생활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생활의 미적 수준의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도시환경의 정비가 꼭 편리함 때문만이 아니라 미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인공물의 끝없는 증가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마련이고 결국 여지없이 자연환경의 파괴를 대가로 요구한다. 인공물의 증가는 그것에 의한 자연의 후퇴가 필연적이고 그 결과는 삶에 대한 유기적 일체성의 감각을 손상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그 보상을 위해 더욱 비싼 값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개선된 생활환경이 자연스러움을 잃고 우리의정서를 삭막하고 억압하는 쪽으로 작용한다면 심미적 관점에서 환경의 향상이란 착각일 수밖에 없다.
화단을 조성하고 분수를 만들고 가로수를 늘리는 일은 인위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삭막함을 덜고 자연을 환기시키거나 최소한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이미 메말라버린 하천에 인공적으로라도 물을 흐르게 하는 일이나 가로수를 늘려 녹량을 증가시키려는 사업은 그래서 해볼만한 일들이다. 날로 경쟁으로 치닫는 삶을 방치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거칠고 사납게 만들며 한쪽으로는 소외와 황폐화를 부추길 것이다. 자기 집에 마당도 갖지 못한 시민들에게 화단이나 가로수가 집안의 정원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동체가 할 수 있는 가장 보람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꽃과 나무를 가꾸고 돌보는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게 한다. 아름다움의 느낌은 건전한 상태에 있는 삶의 느낌이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삶의 유기적 조화에 대한 감각의 계발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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