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던 손수레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경제난으로 자녀들이 부양능력을 잃으면서 폐지·고물 수거 손수레를 끌고 거리에 나선 노인들이 부쩍 늘었으며, 젊은 대졸 실업자들의 '손수레 창업'도 많아졌다.
대구시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 부근. 노인 서너명이 종이박스를 가득 담은 손수레를 끌며 힘겹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일행중 정모(67)씨는 아들이 15년간 일했던 건설회사에서 최근 퇴출당한 이후 5개월째 손수레를 끌고 있다고 했다. 새벽 5시에 집을 나와 오전 10시까지 시장 일대를 돌며 폐휴지를 주워 버는 수입은 한달에 10만원 정도. 정씨는 "아들 내외가 빚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어 한푼이라도 내가 벌어야 할 입장인데 10여명이던 동구시장 폐지수집 노인들이 반년새 40명으로 불어나 수입이 줄었다"고 우울해했다.
지난해 대구시내 모 전문대를 졸업했다는 윤모(26·북구 복현동)씨는 경북대학교 북문 앞에서 열쇠고리·카세트 테이프 등 손수레 행상을 하고 있다. 부모에게 빌린 100만원을 '사업자금'으로 지난 8월부터 손수레 장사에 뛰어든 윤씨는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지만 하루에 2만원 정도 손에 쥔다"고 말했다. 윤씨는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동이 난 상태서 취직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며 "요즘 손수레를 끌고 나오는 대졸 실업자들을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 칠성시장 20여곳이 유일했던 대구시내 손수레 제작·판매상이 올해는 칠성시장만 40여곳으로 늘었고 중구 북성로 일대 20여곳도 새롭게 등장했다. 반야월, 무태교 인근에는 손수레 제작공장까지 들어섰다.
칠성시장 한 손수레 판매상(42)은 "작년까지는 한달에 평균 5대 팔았지만 올해는 3배쯤 늘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고객이지만 밑천만 날리고 손수레를 되파는 경우도 많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대구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시내 손수레 행상은 지난 1월말 현재 800여개로 1년전보다 180여개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최근엔 더 늘어나 올 초보다 2∼3배 가량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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