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결국 재산형성 과정에 의혹을 사고 있는 안정남 건설교통부장관의 사표를 29일 전격적으로 수리했다.
28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데 대해 이처럼 청와대가 '신속'하게 교체결론을 내린 것은 표면적으로는 안 장관의 건강이 이유였으나 내부적으로는 더이상 장관직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오홍근 청와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안 장관 문제의 초점은 안 장관의 건강상태이다. 암이 재발했으면 어떤 상태인지 정밀진단을 거쳐야 한다"며 안 장관의 건강상태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것임을 시사하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암시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시간을 끌어봤자 여권의 상처만 키운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이처럼 안 장관 교체가 야당이 제기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인정하는 꼴이 될 뿐만 아니라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휘해온 데 대한 야당과 언론의 퇴진압력을 수용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었음에도 경질 결정이 내려진 것은 국회에서 소수로 전락한 여당의 처지에도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의 중도하차에 이어 안 장관까지 국회에서 해임요구가 통과될 경우 김 대통령 개인적으로 정치적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 심각한 권력 누수현상을 초래, 1년여 임기의 국정운영이 파행으로 치달을 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도 안 장관 경질에 대해 "기정사실이었고 다만 시기 선택의 문제였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는 것을 보면 청와대가 재산형성과 관련해 토지매입 대금 마련 과정에 대해 말을 바꾸는 등 석연치 않은 점 등으로 안 장관의 장관직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이미 내리고 있었던 것 같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의 신속한 경질 결정과 관련,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지금이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조금이나마 직시하기 시작한 것 같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