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 직면한 아프간 국민

입력 2001-09-27 12:04:00

22년간의 내전, 전염병과 굶주림, 그리고 미국에 의한 대대적인 공격에 직면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대재앙을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가.

유엔의 한 관계자는 26일 아프간 국내 난민 수는 현재의 110여만명이며 이번 겨울에는 220여만명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재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공격이 임박해지면서 아프간 내의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쌍그리 끊겨 아프간 국민들은 이제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아프간 국민들은 미국의 공격이 없더라도 이미 심각한 식량난과 보건체제 붕괴에 따른 전염병 창궐 등으로 죽음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다.

현지에서 최근 철수한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국제아동기구), 세계식량기구(WFP) 등 유엔기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프간은 22년간 계속된 내전과 4년에 걸친 가뭄으로 국민들은 전염병 창궐 속에 기아 선상을 헤매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고 그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것.

크리스틴 버시엄 WFP 대변인은 아프간은 당초 식량재고가 2주일 분으로 추정됐으나 배급망 붕괴로 일부 지역에 대한 식량배급이 이뤄지지 않아 식량재고가 한 달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식량배급에 끊긴 지역은 조만간 아사자가 속출할 것이기 때문에 구호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에서 최근 돌아온 WHO의 힐러리 바우어는 아프간 내 콜레라 환자가 5천명이나 발생해 이 중 1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 숫자는 지나치게 축소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콜레라 뿐만이 아니다. 말라리아, 홍역 등도 번지고 있으나 미국 공격 임박설로 '국경없는 의사회' 등 외국 의료.구호요원들이 철수하는 바람에 아프간의 보건.의료체제는 이미 붕괴됐다.

길거리에는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고통받던 여성이 출산하다 죽어가고 있고 피골이 상접한 어린이들이 누더기를 걸친 채 동생인 신생아를 받아내고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아프간 인구 2천588만 중 70%에 달하는 여성과 어린이들은 비, 바람을 가릴 곳도 없는 상태에서 심각한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간에서는 5번째 생일을 넘기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전체의 3분의 1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아프간에 대한 군사공격 위협 이전에도 유엔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아프간 빈민의 수가 550만~6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벙커 대변인은 유엔의 최근 통계로는 이같은 빈민의 수가 750만명으로 늘어났다면서 현재 110여만명인 아프간 국내 난민 수도 내년 3월 말께에는 220여만명으로 증가하고, 혹한의 날씨 때문에 난민들의 생명이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26일 성명을 통해 아프간 난민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UNHCR 사상 최대의 모금 목표액인 2억5천만달러의 기부를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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