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밖의 넓은 세상-어린이 '그물코 신문'체험학습

입력 2001-09-26 15:23:00

◈취재현장 너도나도 '질문있어요'

"그물코 신문의 김정훈 기잡니다. 장승과 솟대는 어떤 곳에서 볼 수 있고, 어떤 의미가 있나요?" "김민범 기잡니다. 장승을 만드는데는 어떤 연장이 필요한가요?" "이런미술 작업을 하게 된 동기와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요".기자 회견장을 방불케 했다. 어린이들의 '솟대와 장승 만들기' 체험 학습 지도를 위해 23일 오후 경주 새벽문화학교를 찾았던 화가 정하수씨는 쏟아지는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강단 체질이 아니긴 하지만 어린이들이라고 쉽게 볼 게 아니네요".대상이 체험 학습과 현장 취재를 병행해 신문을 제작해 보는 대구 '그물코' 어린이 신문의 기자단이고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인터뷰인지 강의인지 분간이 안됐다. 어린이 기자들은 이야기 도중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재빠른 메모는 필수. 녹음기를 들이대는 어린이도 있었다.

장승과 솟대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직접 만들어도 보는 시간. 역시 어린이들이었다. 왁자지껄, 왔다갔다, 이것저것 만져보고, 지도교사들의 주의가 느슨해지자 축구공을 차는 '기자'도 있었다.시끌한 틈을 타 얼핏 들여다 본 어린이들의 취재노트에는 오전 경주 박물관에서 취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마음에 들었던 유물에 대한 이야기이며, 박물관 직원 인터뷰에, 관광객들의 박물관 구경 소감 등 다양했다. 외국인들을 인터뷰한 어린이도 많았다.이희영(문성초교 5년)군은 자부심도 대단한듯 했다. "중국 사람과 일본 사람은 통역을 통해 우리말로 인터뷰했고요, 미국 사람은 영어로 직접 얘기했어요".

체험 활동이 모두 끝난 뒤엔 각자 자신이 취재한 내용으로 신문을 만들어 보는 시간. "집에 언제 가요?"라고 연신 물어대던 어린이들도 이내 진지해졌다. 제호를 만들고편집을 해 나가는 품새가 신문 제작이 몸에 익은 듯했다. 취재 내용별로 기사를 정리하고, 솟대와 장승 그림을 끼우고, 사진이 들어갈 자리도 비워두는 모습은 실제 기자들이나 다를 바 없었다.

따라온 학부모도 몇 보였다. 하지만 이젠 혼자 활동하는 게 익숙해진 듯, 부모나 선생님을 찾는 어린이는 거의 없었다. 남보라(월배초교 6년)양은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거나 학교에서 단체 견학 갈 때와는 달리 혼자서 많은 것을 해내야 하는 게 힘들면서도 가장 좋은 점"이라고 했다.

'그물코' 신문은 한달에 한번씩 하는 체험 활동을 모아 월 1회 발행된다. 지난 4, 5월 기자단을 모집한 뒤 5월부터 체험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것. 이번 경주 문화.역사 탐방은 전통 마을인 성주 한개 마을, 구룡포 방송 제작, 군위 여름 숲속 학교, 보현산 천문대 별자리 기행 등에 이은 다섯번째.

그동안의 네번 나온 신문을 보니 어린이들의 쉽잖은 일정과 취재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처음 가 보는 곳의 모습을 꼼꼼히 살피고, 낯 모르는 사람들을 취재하는 건어린이들에게 다소 벅찬 일. 취재한 내용은 자기 신문으로도 만들지만, '그물코' 신문 제작을 위해 다시 정리해 인터넷 홈페이지(www.zzanggija.com)에도 올린다고 했다.

그물코 신문을 만드는 김태화씨는 "그게 바로 활동의 목적"이라고 했다. 보통 체험 학습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어린이들을 구경꾼이나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리기 일쑤이지만, 여기서는 어린이들을 주도적으로 활동케 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창의력 등을 높이고 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맞추고 있다는 것.

다음 달에는 다른 형태의 체험 활동이 계획돼 있다. 20일에 열리는 어린이 문화 한마당에 출품할 인형극, 창작 탈춤극, 마당극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 그것이다.김씨는 "어린이들이 재미를 느끼면서 학습에도 도움 되는 프로그램들로 계속 바꿔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053)767-5797.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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