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다시보기-KBS 개그 콘서트

입력 2001-09-25 15:26:00

매주 일요일밤 KBS 2TV에는 연기자, 방청객, 제작팀, 시청자가 한바탕 엮어가는 마당극 같은 개그 콘서트가 있다.김미화, 심현섭, 백재현의 전성시대를 거치면서 다소 침체됐던 이 프로가 수다맨 강성범의 등장으로 제2의 전성시대를 한껏 누리고 있다. 세련미 없는 평범한 인상의 강성범이 '환장하것네' '버전 개그' '수다맨' '봉숭아 학당' 코너에 등장할 때 마다 방청객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진다.

특히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옌벤총각'은 능청과 결합된 표정과 말투가 과장될수록 개그의 백미로 다가온다. 칠백년 묵은 장닭을 광장의 시계로 쓴다든가, 오백년 묵은 호랑이와 칠백년 묵은 토끼로 신호등을 삼고, 웅담이 넘쳐 심심풀이용 웅담으로 먹는다는 황당무개한 허풍이 시청자들을 웃음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개그 콘서트가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과연 어느 곳에 있을까. 먼저 15개 내외를 넘나드는 코너가 빠른 템포로 구성되어 각 장르마다 특성이 제각각이다.

둘째는 스피드가 뛰어나고 언어와 패러디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방청객과 무대를 혼연일체로 만드는 생생한 자연스러움이 넘친다. 셋째는 어눌한 동작과 깜찍한 언어의 이음새 그리고 촌철살인적인 마무리가 절묘하다.

또한 과거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만담류가 옛 시골시장같은 정겨움, 도시의 세련미 , 젊은 취향이 한데 어우러져 누구나 거부감없이 시청이 가능하다. 특히 웃기지 못하는멤버는 선후배를 막론하고 어김없이 퇴출되는 매정함이 함께하여 연기자들의 피나는 노력, 치밀한 계산과 자로잰듯한 정교함이 함께 이곳에 있다. 시청자를 자극하는 야한 언어도없으며 시간끌기 위해 반복적인 화면을 보여주고 자막을 이용하며 동원된 청중도 없다. 다만 박자를 타고 구렁이 담 넘듯 실수를 감추려는 넉살, 기발한 아이디어, 능청스런 연기,속사포같은 대사, 재치가 넘칠 뿐이다.

미디어모니터회 김긍연 zzinsal@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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