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대머리인 집안의 아들은 대부분 대머리다. 기본적으로 대머리는 유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대머리면 자식은 모두 대머리가 될 수밖에 없을까?
모든 사람은 쌍으로 유전자를 갖고 있다. 예컨대 A에 대머리 유전자가 있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AB이고 어머니가 CD이면 자식은 AC, AD, BC, BD가 나올 수 있다. 둘은 대머리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둘은 대머리 유전자가 없다. 따라서 같은 형제 중에도 대머리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딸의 경우는 대머리 유전자를 갖고 있어도 대머리가 될 확률은 무척 낮다. 바로 남성호르몬의 영향때문이다.
대머리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머리 유전자 발현에 관계하는 것은 남성호르몬이다. 남성호르몬의 영향때문에 남성이 여성보다 대머리가 많다. 또 사춘기 이전에는 대머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대머리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발현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도 대머리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상대적 빈도는 지금과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머리는 요즘만큼 많지 않았다.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던 당시에는 대머리가 발현되지 않고 있다가 육류 섭취가 많아진 요즘 대머리의 발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에서 대머리 빈도가 높고 진행정도가 심한 것은 노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대머리들 사이에 동맥경화증이 많으며 전립선비대증도 많다는 것은 역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동맥경화증은 노화와 관계가 있으며 고지방식이 특히 콜레스테롤에 의해 생긴다.
대머리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대머리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지만 대머리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머리 유전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머리 유전자의 보유 유무를 알 수가 없다.
김정철교수(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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