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리스트 의혹

입력 2001-09-24 14:07:00

G&G 그룹 이용호(李容浩·43) 회장이 정·관계 인사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광범위한 로비를 펼쳐왔음을 시사하는 리스트의 존재가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검찰수사가 새로운 국면을맞고 있다.

중앙일보가 24일 보도한 이 리스트는 한나라당이 이씨의 주가조작 사건에 여권인사 K, H, L씨 등이 연루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존재의혹을 제기한 '비망록'의 실체와 맞물려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씨가 로비대상 인물의 비중에 따라 4종으로 나눠 4년여전부터 작성,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 리스트는 '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싼 로비의혹을 규명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씨의 로비의혹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유창종 검사장)와 특별감찰본부(본부장 한부환 대전고검장)는 이들 리스트에 거명된 인물들과 이씨와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전면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리스트의 실체=문제의 리스트는 이 회장 비서실이 관리해 온 '주소록(회장님), '회장님 거래처' '전화번호(회장님)' '연락처' 등 4종.

우선 '주소록(회장님)'에는 서울지검이 지난해 5월 이씨의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씨를 불입건 처리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임휘윤부산고검장(당시 서울지검장) 등 11명이 올라 있다.

이름, 주소 및 전화번호가 기재된 이 리스트에는 임 고검장 외에도 검사장급 검찰간부 1명과 부장검사급 L씨 등 현직 검찰고위 간부 3명, L변호사 등 법조인 4명및 서울시내의 한 경찰서장이 끼어 있다.

이 리스트의 작성시점은 지난해 5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님 거래처'에도 검찰 간부 등 법조인들이 상당수 올라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이 호남출신이거나 90년대 이후 광주지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전화번호(회장님)'에는 전직 여야 의원 C, H씨와 이씨가 검찰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데 통로 역할을 한 여운환씨(구속) 등 200여명의 핸드폰·호출기 번호, 집.사무실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521명의 명단이 수록된 '연락처'에는 민주당 I 의원, 한나라당 I, S, M, J 의원을비롯해 금융감독원, 국세청, 검사, 교수 등 각계 유력인사의 이름, 주소, 우편번호 등이 나와 있다.

◇검찰 반응=검찰은 일단 리스트의 실체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검찰의 한 수사관계자는 "그런 리스트가 있다는 사실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한점 의혹없이 수사한다는 게 검찰의 기본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리스트가 이씨의 로비의혹을 규명할 핵심 단서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리스트에 거명된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함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대형 의혹사건이 터질때마다 등장하는 '리스트'가 이번에도 의혹만 부풀린 채 사건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인맥을 관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구체적인 금품수수 혐의 등 불법거래 사실이 드러나지 않으면 리스트는 단지 리스트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절 등에 선물을 보내거나 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 이씨가 불법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어떤 도움을 줬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제의 리스트에 거명된 당사자들은 이씨와 모종의 관계를 유지해 온 게 아니냐는 세간의 추측을 강하게 일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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