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사상은 퇴계·다산사상 종합판"

입력 2001-09-22 15:08:00

"조선시대 성리학과 실학은 현실문제와 실천성에 있어 양단(兩端)에 위치해 있고, 이를 중앙화하고 종합화한 것이 동학사상입니다".19일 오후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2001 계명 한국학 국제학술대회 사흘째 발표회에서 '퇴계와 한국사상' 분과토론회에 참석한 한신대 철학과 김상일 교수는 '퇴계, 다산, 수운의향내와 향외에 관하여' 주제발표를 통해 퇴계와 다산 정약용, 수운 최제우의 사상적 특징을 비교 분석하고, 조선시대 사상의 일반적인 특징에 대해 고찰했다.

김 교수는 "서양철학의 특징이 '향외적(extroverted)'이라면 동양철학은 '향내적(introverted)'이라고 할 수 있다"며 "바깥 지향적인 서양의 약점이 바로 내면성의 빈곤에 있다고 본 수운은 서학에 대해 동학이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세계의 위력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고 지적했다. 다산은 성리학이 너무 내향적이게 한 데 대한 반작용으로 서학의 바깥 지향적인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외향적 자아를 강조한 반면 수운은 그 해결 방도로 내적 힘의 발굴에서 찾았으며 성리학에서 벗어나는 길로 '하날님'이란 타자에게로 눈을 돌렸고, 타자를 다시 내제화해 자아의 중앙화에 성공했다는 게 김 교수의 발표 요지.

김 교수는 "동양철학도 그 일반적인 특징으로 볼 때 다시 향내와 향외의 두 방향의 철학을 나눌 수 있다"며 "철학사는 이같은 내외가 소용돌이치는 역사이며 한국철학사상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조선 중기 성리학이 발달하면서 퇴계는 사상을 향내적이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했지만 성리학이 외향적 실천성을 상실함으로써 결국 현실문제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후 향외적인 실학이 등장하면서 정약용이 이런 향외적인 특징을 발전시켰는데 여기에 서학의 신관, 즉 절대적 타자를 믿는 유신론은 다산으로 하여금 밖으로 사유를 향하게 하는 데 공헌을 했다는 것. 김 교수는 "이같은 퇴계와 다산의 사상을 종합화해 향내와 향외가 중앙화된 것이 수운의 동학사상"이라며 "자아의 중앙화에 성공한 동학은 거대한 힘을 발휘, 구한말 한국사회를 진동시켰다"고 결론지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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