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스포츠댄스 농촌서도 문화생활 즐겨요

입력 2001-09-22 14:23:00

비닐하우스다 특작이다 해서 농촌 마을에 농한기가 사라진 뒤, 문화생활이 자연스레 농촌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합창, 스포츠댄스 등 '도시형 문화'가 농촌 소도시들에서도 광범하게 일상화되고 있는 것.

최근 어느날 오후 8시쯤 영양군청 3층. 주부들이 하나둘 모여들드니 금세 40명에 이르렀다. 작년 4월 취미 노래교실로 만나기 시작해 이제는 각종 행사에 초청받아 다닐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고은 합창단' 단원들.

20~50대의 단원들은 김인영(43)씨의 피아노 선율과 김애경(32)씨의 지휘에 따라 화음을 만들어 냈다. '날 낳으시고 기르시는/ 손등 야위신 내 어머니/ 그 모든 슬픔 삼키시어/ 눈가엔 주름이네∼'.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듯 노래에 파묻혀 가고 있었다.

"노래가 좋아 모였지요. 이따금 가던 노래방에도 이젠 발길을 끊었어요. 농촌에서 이렇게 서정적인 노래를 부를 자리가 있다는 게 너무나 행복합니다". 김미라(32)씨와 입단 한달 됐다는 새내기 단원 김은경(29)씨의 웃음 속에는 농촌의 넉넉함까지 배어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시간 영양 문화체육 센터. 주부 50여명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지난 주부터 군청이 여성대학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스포츠댄스 모임'. 이곳에도 20~50대 여성들이 골고루 모여 안동에서 강사를 초청해 주당 사흘씩 맘보.차차차 등을 배운다고 했다.

퇴폐적인 사교춤이 아닌가 해서 반대하는 남편들도 있었지만, 주부들은 "이제는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운동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고 했다.

결혼후 30여년 동안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한번도 못해봤다는 권경순(56.영양읍)씨의 몸놀림은 비록 어색했지만 얼굴은 환하기 그지 없었다. "젊은 세대와 어울리면서 몸과 마음이 함께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정창교(31.입암면) 주부는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 하느라 혼자만의 생활은 꿈도 못 꾸다가 이번 모임에 참가해 생활에 활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퇴근한 남편과 그날 배운 댄스를 같이 추기도 한다는 것. 댄스 모임 주부들은 다음달 열릴 고추문화 축제 때 솜씨를 만인 앞에 자랑할 예정이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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