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떠난다면 어디로...

입력 2001-09-21 12:57:00

아프가니스탄 성직자 회의가 미국 테러 대참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자진 출국을 결정, 그의 거취와 행방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빈 라덴의 아프간 탈출설, 국내 산악지대 피신설 등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데 가운데 그가 아프간을 떠날 경우 체첸 등 여러 지역이 새로운 은신 가능 지역으로 점쳐지고 있다.

인도의 뉴스 웹사이트 레딥 닷 컴(rediff.com)은 20일 빈 라덴이 이미 나흘 전에 아프가니스탄을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 웹사이트는 파키스탄의 한 고위 소식통이 "아프간 성직자회의는 공식적으로오늘 떠나달라고 요청했으나 빈 라덴은 나흘 전에 아프간을 떠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보 소식통들은 빈 라덴이 미국의 공격을 피해 파키스탄으로 피난하려는 수천명의 아프간 난민들 틈에 끼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파키스탄 군사전문가의 말을 인용, 빈 라덴이 미국의미사일 공격이나 공습이 쉽지 않은 카불 북쪽 40마일 지점의산악지대인 바그람으로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와 주장들의 사실여부는 물론이고 아직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성직자회의의 자진출국 권고를 받아들일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 라덴이 아프간을 떠날 경우 그의 새로운 은신처는 어느곳이 될까?

그가 거느린 비밀 네트워크 알 카에다는 전세계에서 수많은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프간 내의 추종자들 역시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연계망을 갖고 있는 강력한 이슬람 지도자들이다.

지난 1996년부터 빈 라덴을 '손님'으로 보호해온 탈레반 정권은 어쩔 수 없이그를 출국시켜야 할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은신처를 물색해왔다. 지난 1998년 케냐주재 미 대사관 폭탄테러 사건 이후 탈레반은 체첸 반군들과 이 손님의 새 거처를마련하는 문제로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 라덴을 만난 일이 있는 한 파키스탄 소식통은 "만약 그가 아프간을 떠난다면체첸으로 갈 것"이라면서 라덴이 이미 그곳에 네트워크를 구축해놓았다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세력 장악지역도 유력한 은신 가능지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빈 라덴과 아프간이 지원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은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을 침공해 말썽을 일으켰으며 지금도 아프간과 이들과의 국경 인근 치안은 불안한 상황이다.

이 무장세력들은 특히 이 3개국을 가로지르는 지역인 페르가나 계곡 일대에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슬람 근본주의 결사체인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IMU)은 이미 아프간에서 타지크에 이르는 지역에까지 세력을 침투시킨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행선지로는 이라크가 꼽힌다. 이스라엘 군 첩보기관 아만은 이라크가이번 미국 테러대참사를 후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만은 이라크 정보 관리들이 지난 2년 동안 바그다드와 아프간 사이를 자주 왕래해온 것으로 주장했다고 20일 군사전문 웹사이트인 제인 시큐어러티는 밝혔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작가이자 아프간 전문가인 하미드 미르는 빈 라덴이 이미 이라크는 새로운 거처로 삼기에 적당치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르는 "수년 전에 이라크는 빈 라덴에게 이라크로 들어도록 허용, 관심을 표명했으나 이를 거절한 사람은 빈 라덴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알 카에다가 지난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 폭탄테러를 위해 지휘본부를 세운 곳으로 보도된 수단으로 피신할 가능성도 있다.

수단 정부 내에는 빈 라덴 협력자가 많은데다 지난해 예멘에서 일어난 미군함콜호 폭파사건도 그의 작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수단은 빈 라덴 조직에는 익숙한 곳이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테러사건의 배후로 지목당해온 빈 라덴이 갈 수 있는 곳은당초부터 제한된데다 이번 미국 테러 대참사이후 미국이 전 첩보력을 동원해 그의행방을 주시하고 있어 라덴의 선택 폭은 더욱 좁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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