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이 새거나, 잘못 운영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은 국민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런데 급기야 관계자들의 횡령으로까지 연결됐다는 사실은 공적자금의 '누수현상'이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충격적이다.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부실채권을 매입해 온 자산관리공사 직원 9명이 총 24억2천7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감사원 특감에서 적발돼 고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을 인수.정리하여 기업회생을 지원함으로써 금융구조조정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공기업이 아닌가. 공적자금을 가장 엄격히 관리해야할 자산관리공사가 집안단속도 못해 안방에서 자금을 도둑질당했다는 것은 구조조정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으로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횡령수법도 다양해 부실채권을 경매에 부친 뒤 경매가 성사돼 공사 몫으로 받은 배당금이나 은행으로 들어가야 할 배당금을 빼돌리거나 보관하고 있던 유가증권을 개인계좌로 빼내 가로채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법은 매우 평범해 자체감사로도 충분히 밝혀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인데도 특감에서 드러났다는 것은 자금관리는 물론 직원관리의 허술성을 그대로 노출시킨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더구나 자산관리공사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이들을 타부서로 대기발령했을 뿐 별다른 징계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은 '검은 커넥션'이 조직 내부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지않나하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공적자금을 주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한 총 5조1천724억원 규모의 무담보 채권을 터무니없는 헐값인 864억원에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함으로써 자산관리공사는 불과 10개월 만에 이 부실채권 가운데 4%만을 팔아 무려 1천507억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부실채권은 앞으로 자산관리공사가 성실히 자금을 회수해서 구멍난 공적자금을 메우는 데 사용돼야 하는데도 헐값에 떠넘긴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특혜성 지원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13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의 회수율이 저조해 국민의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도 공적자금 청문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여야합의가 안돼 흐지부지 되고있는 상태라 공적자금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하루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는 공적자금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국회는 속히 청문회를 열어 공적자금의 전반적인 누수현상을 밝혀내고 정부는 필벌(必罰)로 대처하는 것이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