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종은 우리를 위하여 울린다

입력 2001-09-20 14:04:00

명나라시대에 중국으로 와서 살다가 죽은 이탈리아 인 마테오 리치가 본국에 있는 가족들과 편지연락을 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무려 6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잘못된 소식을 듣고 놀라서 이탈리아로 편지를 보냈는데 이 편지가 도착하였을 때는 정말로 아버지가 죽은 이후였고,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가족들의 편지가 중국에 도착하였을 때는 리치 자신이 벌써 죽고 없었다고 한다.최근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을 보면서 충격을 느낀 것은 테러의 무시무시한 참상과 함께 전 세계인들이 TV를 통하여 그 현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사건의 파장이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는 속도의 놀라운 신속함에서 오는 것이었다. 바야흐로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초월한 '지구촌'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한 도시에서 테러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즉시 우리나라의 주가를 폭락시켜 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수출길을 막아 사업을 하는 친지를 우울하게 하고 이 도시의 유흥가에 찬바람이 불게 만드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처럼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고 오라는 이도 없을 뿐 아니라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외국어도 없이 그저 이 땅에서 일어난 일에만 관심을 가져온 사람에게 이번 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생활환경이 다른 나라들과 미세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져 있어 세상의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인종도 언어도 다른 사람이었지만 결국은 우리의 삶도 그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그들의 죽음으로 알게되었다. 존 단의 유명한 시구를 인용하면서 명복을 빈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지 묻지 마라. 종(弔鐘)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경북대 강사.가족법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