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라덴 인도 사실상 거부

입력 2001-09-19 12:25:00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과 종교 지도자들이 미국 피랍기 충돌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인도를 거부, 성전을 촉구하고, 이에 맞서 미국이 단호한 테러척결 의지를 분명히 하고 나서 양측간의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당초 빈 라덴의 신병인도를 위해 당초 제시한 72시간의 최후통첩시한이 18일로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텔레반 정권이 전세계 모든 이슬람 교도들에대해 이슬람권이 연대, 미국과의 성전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하며 결사항전 의지를다지고 있어 금주말이 이번 사태의 중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인 함둘라 노마니 카불인민위원회 위원장(시장)은 수백명의성직자들이 전날 카불에서 샤리아(율법)회의에서 빈 라덴의 제3국 인도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놓지 못해 19일 회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CNN은 탈레반이 성직자 회의를 통해 빈 라덴 신병인도 등 구체적인 가닥을 잡기까지는 2-3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라고 보도, 이번 회의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파키스탄의 한 관리는 아프간 성직자들이 당초 칸다하르 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빈 라덴의 신병을 미국이 아닌 제3국으로 인도하되 그 대가로 탈레반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 유엔의 제재해제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내놓은 빈 라덴의 제3국 인도안은 미국이 동의할 가능성이 적은 데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의 상당수가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어 실행에 옮겨질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빈 라덴의 생사에 관계없이 반드시 그의신병을 확보할 것을 지시한 데다 미 국방부 또한 테러응징은 비록 빈 라덴 1명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군사적 충돌은 불가피한 것으로받아들여지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빌딩, 국방부 청사 등미 심장부 테러보복과 관련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을 끝까지 추적해 섬멸할 것이라고밝히면서 빈 라덴의 증거는 미 정보 수집망과 첩보수집방식 보호를 위해 탈레반에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과 달리 율법회의에 참석한 파키타주 대표 성직자인 물라 모하마드 하산은 "설사 아프간 전체가 황폐화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빈 라덴에 대해한 확실한 증거가 있을 대까지 '손님'인 그를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으며 또 다른 울라마(율법학자) 몰라위 압둘 자히르도 "미국이 공격을 해올 경우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태세가 돼있다"고 결의를 다졌다.

주민들이 피난길에 올라 어수선한 카불은 종전 밤 11시에서 다음날 새벽 3시30분까지로 돼있던 통행금지를 밤 9시30분부터 새벽 4시30분까지로 연장, 주민통제를강화했다.

빈 라덴의 인도를 설득하기위해 카불에 특파됐던 파키스탄 정보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협상에 실패한 채 이슬라마바드로 복귀했으며 미국에 협력, 대테러응징에동참하기로 한 파키스탄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은 저녁 8시30분(한국시간 20일 0시30분) 국영 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계획하고 있다.

카불을 떠나기전 이 특사는 그리스도교를 불법 선교한 혐의로 구속중인 국제구호단체 직원 8명을 만났으며 탈레반 정부에 대해 미국인 2명과 독일인 2명, 호주인2명의 석방을 요구했고 집권 탈레반 지도자들은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빈 라덴이 지난 11일 미국 동시다발테러에 무관하다고 주장한 탈레반은 아프간주민들에게 미국과의 지하드(성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관영 바흐타르통신이 전날 보도했다.

. 국영 라디오 '샤리아트'도 탈레반 제2인자인 물라 모하메드 아산 아훈드의 말을 인용, "미국이 조국을 침공한다면 모든 이슬람교도, 특히 아프칸 인민들은 성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 알라는 우리 편이며 우리를 보호하고 도우실 것"이라고 일전을 불사할 의지를 다졌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친미 대테러작전에 적극 동참하고 잇는 것과 달리 아프간과2천400km에 걸친 국경을 접하고 있는 파키스탄 주민들은 아프간에 대한 보복공격이개시될 경우 미국은 물론 미국을 돕고 있는 자국 정부에 대한 지하드에 합류할 것을선언, 내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들은 "미국은 아프간에 발포하도록 파키스탄의 어깨에 총을 올려놓고 있다.파키스탄인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페샤와르에서 정비공을 일하는 하지 압둘라자크는 밝혔다. 카라치 시민 약 5천여명이 전날 상당수 탈레반 지도자들이 다니는종교학교를 운영하는 모스크(이슬람사원) 근처에서 '빈 라덴은 영웅'이라고 쓴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또 와지르 칸은 아프간공격을 위해 미국이 파키스탄 영공과 영토를 사용할 경우미군은 파키스탄내 탈레반지지세력으로부터 잔혹한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피를 빨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집권으로 축출된 전 아프간정부 대표인 부르하누빈 라바니는 미국의 탈레반타도를 위해 1만5천여 전사들이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밝혔으나 라반 파르하디 유엔주재대사는 미국이 북부 아프가니스탄의 반탈레반동맹에 지원요청은 아직 없다고 밝히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주 참사이후 피해복구에 나선 긴급요원들의 구조노력과답지하는 국민성금 등에 대해 미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만명의 아프칸 주민들이 조국을떠나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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