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방위조약 정신이란

입력 2001-09-18 14:21:00

한국 정부가 17일 미국이 추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한미 상호방위조약 정신에 따라 동맹국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이날 부시 미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같이 말하고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필요한 모든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메시지에서 김 대통령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정신'을 거론한 것은 앞으로 미국 주도로 대 테러 전면전을 수행할 다국적군이 만들어지고, 미국이 앞으로 구체적 지원요청을 해올 경우 병력 파병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6.25전쟁 휴전 이듬해인 1954년 11월18일 발효된 이 조약 제2조는 '어느 일방이 외부로부터의 무력침공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3조는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적고 있다.

미 본토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를 이 조약에 규정된 '무력침공'이나 '무력공격'으로 볼 수는 없지만, '무력침공' 등에 준하는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따라 동맹국으로서 적극적 지원을 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이에 대해 오홍근 청와대대변인은 "미국 및 국제사회의 테러 대응조치를 지지하고 이에 동참한다는 원칙적 입장표명"이라고 더 이상의 말을 아꼈지만, 군 관계자들은 비전투 분야 뿐아니라 전투병 파병 가능성도 열어 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 초기만해도 우리 정부는 의료지원단과 공군수송단 등 비전투 요원들을 파병하고 총 5억달러를 지원했던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를 감안할 때 비전투 분야 지원에 국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이날 '한미 상호방위조약 정신에 따른다'는 김 대통령의 언급으로 미뤄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병력이 아프간 현지에 파견된다 하더라도 전선이 일정한 전쟁이 아니라게릴라전이 벌어질 개연성이 많은 만큼, 일반 보병부대 파견은 불가하고 1, 2개 대대 수준의 특수부대를 파병하는 선이 되지 않을 까하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국군의 실제 참전여부나, 참전시 대상부대 및 규모 등은 미국이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 아프간전을 치르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임은 물론이다.

유엔 결의에 따라 현재 동티모르 파견된 상록수부대 요원 420명도 일부 의료와 공병 요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병력이다.

군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앞으로 미국의 구체적 요청 내용, 세계 우방의 동향, 국내 정서 등을 두루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하지 않겠느냐"며 "전투병이 참가한다면 산악에서 유격전을 치를 수 있는 특수부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테러 희생국인 미국 안팎에서 점차 아프간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에 대한 신중론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비 전투요원 뿐아니라 전투병 파병까지 추진할 경우 국회 동의 과정에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 2002년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전투병을 지원할 경우 사태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한국이 이슬람의 테러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테러사태로 무고한 미국민들이 엄청난 희생이 뒤따르기는 했지만, 테러는 분명히 군사적 공격을 뜻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상의 '무력침공'이나 '무력 공격'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에서 이를 '한미 상호방위조약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직접 테러공격을 받기는 했지만, 테러응징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우선이고, 걸프전이나 동티모르 사태에서와 같이 유엔 결의안과 같은 형식을 거쳐 다국적군 및 그에 따른 파병 문제가 검토되는 게 바람직하다는게 국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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