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벌초인파

입력 2001-09-17 15:32:00

추석을 2주일 앞둔 16일 경북지역은 추석을 능가하는 차량 흐름을 보이면서 곳곳에서 벌초 대회라도 여는 듯한 풍경이 연출됐다. 그러나 사고도 잇따라 최소 수백명이 병원을 찾은 것으로집계됐다.

◇공원묘원마다 체증=공원묘원 4개가 밀집한 경산 남천면 일대에는 각 묘원마다 500~600명의 벌초객과 차량들로 남천~청도 사이 국도가 밤늦게까지 몸살을 앓았다. 10여분 걸리던남천∼경상병원 구간 통과엔 1시간이나 걸릴 정도. 경산공원묘원 측은 "이날 하루 성묘객이 500여명에 이르렀다"고 했다.

남양.우성공원 등이 있는 성주~대구 사이 30번 국도도 새벽부터 체증을 일으켰다. 선남면 남양공원 이재방(59) 상무는 "이날 300여명의 성묘객이 다녀갔다"고 했다.울릉읍 도동 배석오(43)씨는 "일가 친척 모두가 육지로 이사해 혼자서 고조.증조부 등 조상 묘소 8기를 벌초해야 해 바쁘다"고 했다. 김춘지(60.천부3리)씨 일행은 "예초기로 조상들을 놀라게해서 될지 모르겠다"고 꺼림칙해 했다.거창 위천면 모동리 마을에서 벌초하던 김동환(36.거창읍) "16일을 벌초의 날로 정했는지 사람들이 모두 벌초 나가 마을 전체가 텅 빈 것 같다"고 했다.

◇산골 도로도 정체=벌초 차량들로 문경의 산골 도로들도 큰 혼잡을 빚었다. 곳곳에서 벌초 기계 소리가 요란했던 청도에서도 팔조령 고갯길 도로변이 차량들로 메워져 통행이지장을 받았다.3천여명이 관광을 즐긴 울릉에서도 벌초가 한창이었다. 이곳에는 마을 단위 산간지 공동묘지가 주류여서 이날 섬 차량의 절반인 1천여대가 태하.석포.저동.도동리 공동묘지로 몰려 심한체증을 일으켰다.의성의 주요 도로도 새벽부터 붐비기 시작, 안평 등 야산 입구는 차량들로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청송에서는 대구.부산 등에 귀성한 차량 행렬로 주요 국도.지방도의 끝이 보이지않을 정도였다.

◇무서운 벌떼=이날 벌초객의 최대 공포의 대상은 벌떼였다. 각 병원들의 응급실도 벌 피해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성주 여모(33·벽진면)씨는 얼굴.몸 등 수십군데를 쏘여 호흡곤란.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 신세를 졌고, 성주세강병원 응급실 의사 김기태(35)씨는 "오늘 하루만도 벌 피해자 50~60명이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안동 경우 안동병원에 김모(61)씨 등 5명, 성소병원에 신모(43)씨 등 8명이 찾아 쇼크로 인한 심한 두통과 고열을 호소했다.

군위에서는 박병욱(64.대구 이천동)씨와 아들(37)이 말벌 수백 마리의 공격을 받았으며, 박씨는 "30여m나 도망갔으나 벌이 따라왔다"고 했다. 군위 삼성병원에서는 환자들 옷속에 숨어 따라 왔던 벌이 응급실에 출현, 큰 소동이 일기도 했고, 다른 지역 읍면단위 병의원에들도 보통 휴일엔 문 닫던 것과 달리 이날은 문을 열기도 했다.

문경 제일병원에서는 채홍문(63)씨 등 15명이 치료 받았다. 상주에서는 박용우(42)씨 등 16명이나 병원으로 옮겨졌고, 포항에서는 차모(45.서울)씨 등 5명이 선린병원.동국3대병원을 찾았으며, 거창에서도 최광식(49)씨 등 10명이 치료 받았다.의성에서는 장모(41)씨 등 12명이 치료받았고, 청송읍 황은구(50)씨는 벌에 쏘인 뒤 정신을 잃었다가 3시간만에 정신을 차렸다. 울산에서 청도로 귀향해 벌초하던예성해(56)씨 역시 4시간만에 의식을 회복했으며, 청도읍 거연리에서 벌초하던 김한규(46)씨도 혈압 급강하 등 쇼크증세를 보였다가 4시간여만에야 회복했다.

청도의 유일한 중규모 병원인 대남병원 응급실은 벌초 응급환자로 만원을 이뤘다. 토.일요일 이틀간 들른 환자만도 35명이나 된 것. 청도 소방파출소도 바빠져 16일 하루동안 박상우(33)씨 등 4명을 긴급 이송했다.

◇또다른 사고들=청도에서는 김종석(43)씨 등 2명이 사고로 119 신세를 졌으며 성주세강병원 응급실엔 벌 환자 50~60명 외에 예초기 사고 환자도 3명이나찾았다. 안동병원에도 3명이 손.발을 다쳐 찾았고, 군위 삼성병원 응급실에선 예초기에 튕긴 돌에 다친 강모(48.여.대구 파동)씨 등 3명이 치료 받았다.

16일 오후엔 친척들과 함께 벌초길에 나섰던 구인자(46)씨가 길을 잃어 수색작업이 벌어졌다.

◇주의할 점=군위 삼성병원 노승균(40) 병원장은 "술 마신 후 벌에 쏘이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 "벌초 시기에 한시적으로라도 아빌택샤 근육주사용 키트 같은 비상의약품을 일반 약국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사고 환자.가족들은 "벌초는 절대 1, 2명만 가서는 안된다"고 경험담을 얘기했다. 벌떼 등의 피해가 생길 경우 이송이 불가능, 119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전에 목숨을잃을 수 있다는 것.

사회2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