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주 전대미문의 탈취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참변을 당한 것은 10여년 전부터 국내 공항의 보안체제에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와 정부가 이를 시정하지 않은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1일 테러범들이 4대의 상업용 여객기를 납치,뉴욕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건물과 워싱턴의 국방부청사를 들이받은 자살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 미 행정부와관련 기관들은 미국내 공항의 보안체제가 허점 투성이임을 지적하는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들이 지적한 보안상의 문제점들을 시정하려는 시도는 항공업계의 저항과 행정부의 태만으로 번번이 좌절돼 결국 이번과 같은 참극을 초래하게 됐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1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내 450개 공항 모두에 최첨단폭탄탐지장비를 설치하려던 계획은 비용문제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이고,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공항검색대의 검색요원들의 자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건의도 매번묵살됐다는 것.
그 뿐 아니라 공항근로자의 신원조회에서부터 무인가 출입자를 막기 위한 조종실 출입문의 강화에 이르는 각종 보안개선조치들이 규정제정 과정에서 흐지부지되거나 추진 자체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19명의 회교근본주의 테러범들이 납치한 4대의 여객기중 3대를 각각200t 짜리 크루스미사일로 돌변시켜 대참사를 일으키기 전 어떻게 공항의 보안체제를 뚫었는지는 즉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테러범들이 이번 작전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공항 보안체제상 ▲칼의기내 소지 허용 ▲조종실의 보호 및 안전 및 ▲탑승 전 탑승객 검색 체제 등 적어도세가지 부문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우선 지난 주 테러공격의 범인들이 이번 테러 발생 전까지 기내에서 합법적으로허용됐던 조그만 칼과 상자절단용 커터를 무기로 사용하는 대담성과 단순성을 보임으로써 그동안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상식적인 문제가 제기됐다는 점이다.
이에 관한 논란은 지난 1960년대 의회가 은닉된 무기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는법안을 제정할 당시 어떠한 무기가 생명을 위협하는가와 관련, 무기소지에 관한 헌법적 권리를 중심으로 공방을 벌이다 결말을 내지 못하고 결국 항공규제당국과 법원의 해석에 맡기기로 했었다.
이에 따라 연방항공청(FAA)은 담배용 라이터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드라이아이스까지도 기내 반입을 금지하면서도 칼의 경우 약 10cm 정도의 것까지는 허용해왔다.
또 이번 테러의 경우, 만일 범인들이 항공기의 조종실에 들어가지 못했더라면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할 때 조종실 출입문이 튼튼했더라면 이토록 큰 희생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반성의 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항공보안전문가들은 FAA 규정상 비행중 조종실 출입문을 닫도록 되어 있지만 그동안 발생한 많은 사례들에 비추어 조종실 출입문이 쉽게 파괴되는 등 취약하다는점을 잘 알고 있다.
조종실 출입문은 자체가 연약할 뿐 아니라 동일 모델의 다른 항공기의 주(主)열쇠만 있으며 쉽게 열 수 있는데 지난 1998년 이후 술주정꾼 등 기내 난동자들이최소한 14차례에 걸쳐 조종실 난입을 시도, 그중 6명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일부 보안전문가들은 항공기 탑승전 승객들에 대한 검색이 너무 느슨하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탑승수속 때 신분증은 물론 행선지와 여행 목적 등을 확인하고 번거롭지만 승객들이 기내에 휴대하는 짐을 일일이 손으로 검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미국인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고 심지어는 사생활 또는 시민권침해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이번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 보다 더 큰 테러 피해를 입은 미국의 항공업계로서는 새로운 상황변화에 따라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