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은 이탈리아와 갈리아의 자연 국경인 알프스를 넘는데 성공했다. 그리스인 헤라클레스 말고는 한니발 이전에 누구도 부대까지 이끌고 알프스산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한니발은 이 지역을 개척했고 확실한 길을 만들어 코끼리가 완전무장한 채 지나갈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지금까지도 무장하지 않은 한 사람이 겨우 기어올라 갈 수 있는 정도의 길이다". 기원전 100년경 코르넬리우스는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카르타고가 로마를 정복하기 위해 알프스를 넘기로 감히 작정한 것은 신병기인 코끼리를 믿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통행이 어려운 곳을 한걸음씩 뗄 때 마다 코로 가능한 장애물을 다 없애버린다. 세상에 코끼리보다 더 민감하고 조심성있는 동물은 없다. 론강을 건널때는 코끼리 몇마리가 강에 빠졌는데 코끼리는 구조됐지만 조련사는 모두 목숨을 잃었다. 코끼리는 물위로 코를 내놓고 숨쉴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첨단장비'였다. 그러나 한니발의 '코끼리'도 결국 로마의 '지혜'를 이기지는 못했다.
아프가니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임박함에 따라 미국의 최첨단무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형 '이중총열 소총'은 참호나 차량 뒤에 숨어있는 적까지도 제압할 수 있는 무기다. 탄환이 800m 이상 날아가 목표물 위에서 폭발,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발사되는 '살인 레이저'는 정확도가 엄청나 200㎞ 이상 떨어진 군중 속에 있는 1명을 제거할 수 있을 정도다. 지하침투 미사일, 독가스를 내뿜는 로봇까지 등장, 그야말로 신무기 시험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어려운 전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329년에 아프가니스탄을 정복했지만 3년밖에 지배하지 못했다. 영국은 1842년, 그들이 옹립한 아프가니스탄 왕이 암살되자 전면 공격에 나섰으나 4천500명의 영국군과 1만2천명의 지원병력 가운데 생존자는 단 1명 뿐이었다. 영국은 재차 침공했으나 완강한 저항에 부닥쳐 1880년 완전 철수하고 말았다.
지난 79년에는 내란을 틈타 소련이 침공했으나 5만의 병사를 잃고 10년 만인 88년 철수했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은 또다시 그들 방식인 '재래식'으로 반격태세를 갖추었다. 21세기 첫 전쟁은 이렇게 첨단과 재래의 대결로 시작될 것이다. 현대판 코끼리를 앞세운 가공할 파괴력의 첨단공격과 자연적 지형지물을 이용한 게릴라식 반격이 어떤 형태로 결말날지 모르지만 또하나의 전쟁사로 기록될 것은 틀림없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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