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미국에게 가해진 가공할 테러공격은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어버렸다. 인명피해가 1941년 진주만 희생자를 능가한다고 하니 그저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이번 테러공격은 많은 특징을 가진다. 미국 부(富)의 상징인 무역센터와 힘의 상징인 국방부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 동시다발 공격으로 최대의 공포효과를 거두었다는 점, 보안검색이 허술한 국내선 항공기를 납치하여'가미가제'식 자살공격에 이용했다는 점, 공격목표에서 가까운 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를 택함으로써 소모되지 않은 연료를 폭발력 최대화에 이용했다는 점,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에 신경을 쓰는 동안 미 본토를 공격하여 허를 찔렀다는 점 등에서 고도의 치밀성과 대담성이 발휘된 최악의 테러공격이었다. 더욱심각한 것은 이것이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뿐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엄청난 파장을 가진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극렬한 반미성향의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그를 비호해온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그러나 이것으로도 문제가 종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힘의 외교를 펼쳐온 미국의 우월주의가 이슬람 세계의 저항을 불러왔다. 여기에 더하여 반유태·반미 성향의 이슬람 과격단체들은 미국의 중동개입 정책에 반감을 축적해왔다. 때문에 이스라엘과 아랍이 제로섬적인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그리고 미국이 이스라엘 편을 들어야 하는 한 중동은 테러의 산실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마스, 지하드, 헤즈볼라 등 테러단체들을 "성전을 치르다 죽으면 곧 바로 알라의 영역으로 영입된다"는 가르침을 앞세우고 테러 전사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오늘도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자살테러를 자원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세계 및 한반도 안보환경에도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미국내에서 중동개입 정책에 대한 찬반논쟁과 함께 허술한 항공보안 등이정치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사일방어의 무용론이 대두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인의 내셔널리즘을 자극하여 여론을 결집시키는 '진주만 효과'를 발휘할 소지가 많다. 결국 미국의 신전략은 더욱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며, 세계안보환경은 경직될 것이다. 미국의 대량보복이 감행되고 이로 인해 미-아랍간전면적 대결구도가 펼쳐진다면 양쪽 모두와 상호의존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전략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이 연장선에서 북미관계의 냉각이 남북한 관계에 영향을미칠 공산이 크며, 미국의 미사일방어 계획과 관련한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공식 지지표명은 유보한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지속해왔으나, 추후 분명한 지지입장을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테러가 단순한 치안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생존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모든 가능한 위협들을 예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한미군 보호조치를 취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는 동맹국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이자 초동조치일 뿐이다. 여기에 더하여한국은 안보, 경제, 남북관계 등에 미칠 장단기 파장들을 내다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2002년 월드컵 행사가 국제테러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국으로서는 대테러 국제공조를 포함하여 모든 예방책과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저 놀라고 두려워해서만 될 일이 아니다.
김태우(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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