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에 신중 대응 촉구

입력 2001-09-15 15:12:00

세계가 미국의 테러응징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점차 신중론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의 테러 응징을 지원하기로 다짐한 유럽 지도자들은 조지 W.부시 대통령이'전쟁(war)'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 청사 등을 대상으로 한 테러행위에 대해 '우리는 지금 21세기 최초의 전쟁을 보고 있다'고 말하는 등 전쟁이라는 수사를 반복해서 사용해 왔다.

조지 로버트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총장은 14일 마케도니아 스코폐를 방문한 자리에서 "끔찍한 범죄자들은 더욱 황폐화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우리를 자각 없는 복수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들의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도 "우리는 이슬람 또는 아랍의 이슬람권과 전쟁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벨기에 루이 미셸 외무장관도 프랑스 RTL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이 미국의 테러 사건 이후 경계 상태를 갖추고 방위력을 집결하고 있으나, "우리는 전쟁상황에 있지는 않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의 지도자들도 보복이 서구세계를 전면적인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고려해 한발 물러선 대응을 요청하고 있다.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번 테러에 대해 부적절하게 대응하면 '문명의 충돌' 가능성마저 있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그는 "이것이 바로 테러를 꾸민자들이 노리는 것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미셸 장관은 "이번 테러 공격은 매우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더욱 현명하게, 목적의식 있는 태로도응해야 하며 비이성적이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테러행위를 강력 비난하면서 "미국은 지금까지의 테러 대응 방법과 크게 다른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아랍 국가들과 이슬람 국가에 대한 증오를 확산시켜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앞서 12일 동맹국 가운데 1개 국가에 대한 공격을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방어를 취하는 공동방위조항, 이른바 제5조항을 적용할 지 여부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 조항은 미국이 군사적 대응을 나토 회원국에 의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전쟁에 자동적으로 응답하는 기계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유럽의관리들은 지적하고 있다.

로버트슨 총장은 "미국은 아직 나토에 구체적인 도움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만약 이를 요청한다면 미국이 과연 무엇을 원하고 동맹국이 어떻게 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중한 논의와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실의 한 대변인은 "제 5조항이 백지 수표는 아니다"면서무제한의 자유 재량권이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