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 참사로 주목받는 테러영화

입력 2001-09-15 12:54:00

지난 11일 발생한 미국 대참사는 테러를 주제로 가상 세계를 다룬 어떤 영화보다도 한층 더 충격적인 장면들로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아직 추정이기는 하지만 미국 대참사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상황표를 보면, 그야말로 영화 대본을 방불한다. (테러리스트의)여권위조뒤 탑승→이륙뒤 승객 위협- 조종실 점령-건물 돌진으로 이어져 그 순간 순간마다 긴박감의 연속이다.

영화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면 '테러'란 주제로 수백편의 영화가 뜨지만 미국에서 발생한 대참사의 광경 정도에 까지 영감을 가진 영화 발견은 쉽지 않다. 현실이 오히려 영화의 상상 수준을 훨씬 뛰어 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국 대참사와 가장 엇비슷해 보이는 줄거리와 장면을 연출해 낸 것은 지난 96년 국내 개봉된 '인디펜던스 데이'가 꼽힌다.

현실과 달리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에 의한 테러를 다룬 이 영화는 참사의 현장중 하나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대신 맨해튼 한복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빛의 에너지'로 와해시킨다.

영화는 워싱턴의 경우 백악관을 공격했지만 현실은 국방부를 파괴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여러가지 정황상 테러리스트들은 당초 백악관을 겨냥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6년 국내 상영된 커트러셀 주연의 영화 '파이널 디시전'은 여객기로 자폭하려는 대목이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 화학무기로 무장한 아랍계 테러리스트들이 아테네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747여객기를 납치해 비행기안에 폭탄을 가득 실은 채 워싱턴 한복판에 떨어져 자폭하려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비행기가 본토로 들어오기 전에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해 버렸다.

88년 나온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하드'는 고층건물이 폭파돼 주저않는 장면에서 비행기가 곤두 박힌 뒤 무너지는 세계무역센터 건물의 현실 모습과 오버랩된다. 국 제적인 테러리스트 단체가 로스엔젤레스의 한 고층건물에 인질들을 잡아놓고, 마침내 건물을 폭파하는 이 영화는 당시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지만 이번 사건이후 개봉됐다면 흥행을 장담키 어려웠을 것이다.

이같은 미국 대참사의 여파로 말미암아 국내 극장가 및 비디오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극장가 한 관계자는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충돌하는 등 언론에서 미국 대참사 관련, '엽기적' 장면을 계속해 보도하고 있는 탓에 영화를 보려는 관객 수가 크게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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