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귀 찾아주기 '사랑의 인술'
대구시 중구 수동 약전골목 부근의 한 4층 건물엔 '가원어린이 청각센터'란 간판이 내걸려 있다. 지난 해 12월 문을 열었지만 아직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개원식도 없이 조용히 문을 연 탓일까. 크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가원청각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것은 의미를 갖는다. 듣지 못하는 고통, 나아가 말하지 못하는 아픔까지 해결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청각장애자들에 대한 치료노력이 재활에 치우쳤다면 '가원센터'는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참여, 외과적 치료와 재활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한단계 앞선 곳이다.모든 이들에게 밝은 귀와 맑은 소리를 심어주려는 노력이 담긴 '가원센터'의 개소에는 평생 '귀공부'를 해온 한 의대 교수의 노력이 있었다. 계명대 의대 김중강(61.이비인후과)교수.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외과수술만 하고 청각장애자들에 대한 재활치료는 다른 사람 몫인 걸로 생각하는 풍조가 지금까지는 지배적이었어요. 귀를 연구한 전문의들의 관심이재활에까지 미치진 못했죠. 하지만 40년간의 의사생활을 통해 의사들이 청각장애자들에 대한 재활치료의 최일선에 나서야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김 교수는 듣지 못하면 말도 못하므로 청각장애는 다른 장애와 달리 이중.삼중의 복합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청각장애에 따라 말하는 능력까지 상실, 다른사회구성원들과의 의사소통이 단절된 '정서불안상태'로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가원센터'는 난청(청각장애)를 조기에 발견, 각 개인에 맞는 청각.언어.미술치료 등 재활.치료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교수가 청각장애 진단에 참여하고 언어치료사 2명과 미술치료사가 참여하는 재활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모든 질병이 다 그러하듯이 청각장애도 조기발견과 조기재활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청각장애에 대한 대처가 원시적인 수준이에요. 신생아에 대한 청력시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기발견은 엄두도 못내고 있죠. 저희 센터는 각 산부인과와 협조, 신생아의 청각장애 조기발견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의 청각장애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인구 1천명당 1, 2명꼴로 청각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공해가 심각해지면서 선천적 청력장애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후천적으로도 중이염으로 청력을 잃을 수 있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조기발견과 치료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재활이 불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소리를 찾아주려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랜 의사생활에서 느끼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가원센터'를 열었지만 어려움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개인의 힘으로 운영하기에는 벅찬 점이 많다는 것이다.'가원센터'가 들어가 있는 건물은 김 교수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주택을 신축한 것. 임대를 주면 월 수백만원은 벌어들일 수 있지만 기꺼이 '가원센터'터로 할애했다.
언어치료사와 각종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문제. '가원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실비'명목으로 약간의 이용료를 받지만 인건비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 지금까지는 김 교수가 주머니를 털어 운영비를 댔다.
'가원센터' 이용자들을 더 늘리기위해서는 운영에 다른 묘책이 있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지금 10명쯤 '가원센터'를 찾고 있어요. 개원식도 안하고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알고 찾아오더군요. 제대로된 운영을 위해서는 재원확보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해야겠어요".
인간이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때는 생후 8개월부터. 김 교수는 이 시기부터 인간으로서의 사고와 감정을 키운다고 말했다."들을 수 있어야 말을 하고 언어를 읽고 타인과의 교감이 가능하죠. 이를 통해서 학습할 수 있고 정서적 안정과 인격이 형성돼죠. 결국 모든 것의 기초는 청력이에요. 듣는 것이 안되면연쇄적인 결함에 부딪혀요. 제가 청각장애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재활하고자 하는 것은 일찍 발견해 치료.재활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청각장애로 인해 엄청난 아픔을 겪은 사례를 너무나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등록 청각장애인은 8만7천300여명으로 갈수록 증가추세에 있다. 053)257-2275, 2270. www.ihearmom.com.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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