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유기 확산

입력 2001-09-14 12:21:00

12일 오후 1시쯤 대구시 서구 비산동 주택가 한 귀퉁이에서 종이쇼핑가방에 담긴 갓 태어난 여자아기가 발견됐다. 숨진 상태였다. 경찰조사결과 단란주점 종업원 강모(21)씨가 전날 자신의 집에서 아이를 낳은 뒤 양육할 자신이 없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같은 주점 웨이터(22)와 사귀다 임신했다.

8일 밤 11시 이곳에서 100여m 떨어진 한모(41.대구시 서구 비산동)씨의 집 앞에 놓인 종이박스 안에 한살짜리 남자아이가 숨진 채 버려져 있었다.

무분별한 성풍조와 경제난으로 젖먹이를 버리는 생명경시 현상이 늘고 있다.

대구시내 영아보호시설인 대성원에 따르면 지난 97년 59건이던 영아 유기가 외환위기 이후 증가해 매년 70여건 발생하고 있으며, 올들어서도 8월말 현재는 31명의 어린 생명이 버려졌다.

지난 8일에는 달성군 한 산부인과에서 30대 산모가 아이를 낳아 버리고 달아났다.

대성원 관계자는 "버려진 아이들 대부분이 태반까지 달고 있어 미혼모들이 낳자마자 버린 경우가 많다"며 "목숨을 잃는 아이들도 종종 있어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안타깝기만하다"고 말했다.

영아유기에 대한 법정형은 2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형이며 아동복지법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규정, 죄질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률전문가들은 "미혼모가 증가하면서 영아유기가 늘고 있지만 현행 법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고려해 경미하게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며 "영아유기가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사기관 등이 법정형을 상향조정, 강력하게 처벌해 영아유기를 미리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시내 미혼모보호시설인 혜림원에 입소하는 미혼모들은 97년 205명, 98년 259명, 99년 304명, 지난해 318명, 올해 8월말 현재 276명 등 증가 추세다.

모현철기자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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