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쟁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입력 2001-09-14 00:00:00

세계무역센터 및 국방부 건물에 비행기 돌진공격을 한 테러집단에 대한 수사가 진전되면서 미국의 보복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여 세계는 혹시나 전쟁이 일어나지나 않나하는 불안감마저나돌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테러 책임자들이 확정되는대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혀 보복공격을 기정사실화 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12일 이번의 테러대참사는 "테러 행위가 아닌 전쟁행위"라고 규정하고 13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며 이번 전쟁은 21세기 첫 전쟁"이라고 밝혀 앞으로 전쟁 수준으로 대규모 보복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뿐만 아니라 나토도 비상회의를 열고 이번 테러를 나토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미국이 보복공격에 나서면 공동으로 작전에 참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무엇보다 여론조사에서 미 국민의 94%가 군사적 조치를 지지하고 86%는 전쟁이 나더라도 보복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등 여론도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미국정부의 '전쟁'강행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이미 미국의 대규모 함대가 걸프해역으로 급파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이번 테러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하고 있는 빈 라덴이 은신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최고 지도자를 피신시키고 무기를 재배치하는 등 전시비상체제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불길함을 더하고 있다.

미국이 빈 라덴이 연루돼 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타깃은 아프가니스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와 관련 미국의 전쟁수준의 보복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번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부르는 '피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거나 전쟁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자칫 일이 잘못 풀리면 전통적으로 미국과 적대적인이슬람 세계 전체를 자극해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문명간의 충돌, 즉 서방과 아랍국가간의 전쟁으로 비화되는 인류사적 비극과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걸프전과 같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전쟁이나 대규모 살상을 일으키는 공격은 자제되었으면 한다. 미국에서 그러했듯 또 다른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된다면 도덕적 비난 등 세계 여론의 지지를 잃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국이 진상을 확실히 파악해, 보복을 하더라도 대상과 범위, 방법에 있어 최대한 신중할 것을 촉구한다. 이와 관련,외교적 노력을 통한 범인 인도 등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 모색에 전세계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 유일하게 미국, 그리고 세계에 필요한 것은 '이성적이고 현명한'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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