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구조 안간힘

0...12일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 현장에서는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한사람의 생존자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 경찰관은 "모든 것이 재로 변했다"면서 "110층짜리 빌딩 2개가 3ｍ높이의 쓰레기 더미로 변했다"고 참상을 전했다.

전날 밤 한때 대피 사이렌이 울리기도 했던 현장에는 날이 밝으면서 크레인과불도저 등 중장비가 투입돼 건물잔해 해체작업을 벌였으며, 오전 8시께 구조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환호성 속에 건물 더미속에 갇혀있던 실종 경찰관 제이 맥로그린이 구조됐다.

뉴저지 소방대장 리처드 도어러는 "그는 괜찮다. 의식도 있다. 밤새 우리와 얘기했다"고 말했다.

0...뉴욕과 인근 뉴저지의 병원에서는 2천여명의 부상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고뉴욕병원협회 대변인이 12일 밝혔다.

대변인은 "더많은 생존자가 병원으로 후송될 것이라는 희망을 계속 갖고 있다"고 말했으나 전체 희생자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엿다.

0...세계 무역센터를 표적으로 삼은 이번 테러에서는 남매간에 서로 생사가 엇갈리는 일도 일어났다.

존 클리포드라는 남자는 12일 아일랜드 TV에 출연, 자신의 동생인 로니(47)는사고 현장에서 살아남았지만 여동생 루스(45)와 여조카(4)는 사망한 사연을 소개했다.

무역센터 빌딩에서 근무하던 로니는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루스와 어린조카는 무역센터 빌딩에 충돌한 보스턴발 로스앤젤레스행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에탑승해 있었다는 것이다.

클리포드는 "로니로부터 무사하다는 전화를 받고 여동생이 쌍둥이 빌딩에 충돌한 두대의 비행기중 한대에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함께 걱정을 했는데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0...LA 한인회는 11일 긴급 단체장회의를 열고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헌혈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한인회는 버먼트가에 있는 적십자사에 많은 한인들이 헌혈해줄 것을 당부했다.

0...LA등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행하는 제5회 한국어능력시험이 미국 테러사태로 인한 수송 차질 문제로 15일에서 22일로 연기됐다.

LA 총영사관의 서성진 교육원장은 미국의 동시테러 사건으로 시험지가 제때 수송되지 않아 시험을 1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0... 전날 폐쇄조치 등이 취해졌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의 관공서와 놀이공원이 12일 문을 다시 열었다.

시 정부들은 공항을 제외한 항만과 청사에 대한 폐쇄령을 해제했으며 기업들도정상업무를 보고 있다. 각급 학교는 11일에도 정상수업을 했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놀이공원도 손님을 받고 있으며 샌디에이고-멕시코 국경도 경비는 강화됐지만 봉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3일까지 모든 경기를 취소했으며 에미상과 라틴그래미상 시상식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치안당국은 주요 시설물에 대한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폭발물 탐지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0...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폭탄테러로 화염에 휩싸인 모습은 지구궤도를 선회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목격됐다고 스페이스 닷 컴이 12일 보도했다.

미국 우주인 프랭크 컬벗슨과 러시아 우주인 블라디미르 데주로프,미하일 튜린은 ISS이 미국 동북부를 지나갈때 384㎞ 밑에 있는 세계무역센터에서 뿜어나오는 연기와 먼지 구름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미해군 대령출신으로 시험비행조종사였던 컬벗슨은 메인주(州)를 지날 즈음 뉴욕시가 눈에 들어왔으며 화염속에서 연기가 솟아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밝혔다.

그는 테러를 저지른 사람을 잡아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먼저 희생자들에게 우리들의 기도와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침묵과 침울의 맨해튼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건물을 완전히 붕괴시킨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한지 만 하루가 지난 12일 오후(현지시간)의 맨해튼.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지만 테러현장 주변에서 아직 꺼지지 않고 피어오르는 연기가 거대한 구름 처럼 남쪽 하늘 끝을 잿빛으로 물들여 가을의 평온과 테러의 광포가 교차했다.

테러로 폐쇄됐던 다리와 터널이 부분적으로 열리고 복구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맨해튼의 도시 기능은 반 밖에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인근 다른 도시의 경찰관과 경찰학교 생도들까지 동원된 경찰력이 교차로마다 배치돼 행인과 차량을 통제함으로써 긴장된분위기를 더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전날 맨해튼 14가 이남지역을 완전히 폐쇄하면서 될 수있으면 집에 머물러 달라는 호소를 한 덕분에 거리의 행인과 차량은 평소의 5분의1밖에 되지 않았다.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긴장감만 아니라면 휴일 오전보다 더한적한 풍경을 보였다.

상가는 절반 이상이 문을 열지 않았으며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수단도한참을 기다려야 올 정도로 뜸하게 운행됐다.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청과상을 운영하는 한인 김정식씨(45)는 혹시나하는 생각에서 평소처럼 가게문을 열기는 했지만 손님이 일요일보다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기업체 사무실도 대부분 업무를 중단해 넥타이에 양복차림을 한 행인들도 거의눈에 띄지 않았다.

충격에 빠진 행인들은 테러에 대한 분노 대신 무표정한 얼굴로 바쁘게 거리를오갔으며 비디오카메라를 든 관광객들도 테러사건 이후의 긴장감에 짓눌려 웃는 표정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호주 시드니에서 15일 일정으로 미국관광을 왔다 마지막 관광지로 맨해튼을 택해 온 데이비드 러셀(62)씨는 "관광을 모두 마치고 오늘 오전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발이 묶이게 됐다"면서 "가능한한 빨리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도로에서는 피해현장 복구에 주방위군이 투입되면서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군용차량이 자주 목격됐으며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는 경찰차와 소방차, 구급차가도로의 주인이 됐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탄 매캐한 냄새는 현장에서 30블록 가까이 떨어진 타임스 스퀘어에서도 코를 자극하며 하루전의 테러를 상기시켰으며 일부 행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다.

한편 뉴욕내의 주요 테러 목표물로 꼽혀온 유엔본부에서는 이날 오전 폭탄테러위협으로 대피령이 내려졌던데다 제56차 유엔총회가 개막돼 유엔본부로 이어진 길목마다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에다 모래를 가득 실은 테러방지용 트럭이 배치되고 출입자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 긴장감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