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테러는 인류에 대한 죄악이다

입력 2001-09-12 14:18:00

11일 오전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시발로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펜타곤), 의사당, 국무부 등이 동시다발 테러 공격을 받는 대참사가 발생한데 대해 우리는 경악과 충격으로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비행기와 폭탄을 동원한 이번 테러로 무역센터 건물이 붕괴, 인명피해가 최고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현장은 아비규환 상태로 테러에 대한 전 세계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1983년 레바논 미 해병대 병영 자살테러로 241명이 사망하고 1993년 세계무역센터 지하폭탄 테러로 1천여명이 부상하는 등 지난 수십년간 크고 작은 테러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번 테러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테러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테러의 배후 세력으로 그동안 미국에 대한 공격을 계속 주장해온 사우디 출신의 반미 회교 테러리스트인 빈 라덴이나 회교 원리주의자,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등이 지목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이와 관련, 그 어떤 명분과 동기를 내세우더라도 테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죄악으로 규정한다. 그들이 미국 중심의 세계적 질서에 대한 저항, 미국의 대중동 정책 등에 대한 불만 등 어떤 대의를 내세우더라도 무고한 다수의 생명과 맞바꿀 수는 없다. 잘못된 투쟁방법으로 역사의 물줄기는 바뀌지 않으며 되레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광신적 테러리스트에 대해 전 세계가 일치단결해 싸워야 한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부시 대통령이 즉각 이번 참사에 대한 보복을 다짐한 것을 우리는 이해한다. 그러나 성급하게 보복에 나선다면 피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고 자칫 특정국가에 대한 공격에 나선다면 '3차대전'의 우려도 불식할 수 없을 만큼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비극적 상황에서도 미국이 이성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현명하고 냉철한 대응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철저한 진상파악을 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며 그 결과가 나오더라도 보복의 방법과 관련, 신중한 판단을 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국이 이 엄청난 재난을 맞아 전 국가적인 힘의 결집으로 조속한 시일내 혼란을 수습하고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각국도 미국을 전심전력으로 도와 비극이 더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우리 정부가 대내외적 상황에 면밀하게 대응,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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