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뱅크사업 현주소

입력 2001-09-08 16:11:00

◈사랑의 음식 기탁 갈수록 열기식어"아저씨, 오늘 빵 도착했어요. 아직요. 언제쯤 와요".

동식(8.가명)이는 저녁무렵이면 꼭 동네 복지관을 찾는다. 먹고 싶은 빵이 도착해있을까 궁금해서다. 장사때문에 항상 밤늦게 귀가하는 엄마. 어젯밤 꿈속에서 먹었던 피자빵. 착한 일을 하면 꿈속의 일이 현실로 나타난다고 했는데….

하루 세끼 챙겨먹기도 힘든 동식이에게 복지관에서 나눠주는 빵은 꿀맛 간식이자 날마다의 기쁨이다.

넉넉한 집 아이들은 안먹어 난리라지만 우리 주변엔 아직 배고픈 이웃들이 많다. 우리가 다 먹지 못하는 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푸드뱅크 사업이 필요한 이유. 남은 음식을 챙기는 약간의 수고가 이웃의 얼굴에 웃음을 심어줄 수 있다.

◇푸드뱅크(Foodbank)사업 현주소

푸드뱅크(국번없이 1377)란 잉여식품 나눔은행. 식품을 제조.판매.유통하는 기업 및 개인 등이 이용 가능한 식품을 이웃에게 전달, 유용하게 활용함으로써 식품을 통해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곳.

개인이나 기업.단체.법인 등이 푸드뱅크에 식품을 맡기면 푸드뱅크는 이를 받아 저소득 가정이나 무료급식소.노숙자보호시설 등 어려운 이웃이나 사회복지시설에 배분한다.

물품수령시 음식물을 맡긴 개인이나 법인에게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기탁물품 전액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환급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탁가능한 잉여식품 종류는 채소와 과일, 곡물.양념.생선 등 음식재료에서부터 통조림.햄.빵.장류.조미료 등의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반찬류, 기타요리 등 조리된 음식 등이다.

농수산물 센터를 비롯, 축산물센터.슈퍼마켓.방앗간.농장.식품회사.제과점.패스트푸드점.호텔 등 음식물을 취급하는 곳이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음식이 상했는지 여부는 푸드뱅크가 확인하므로 기탁자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지난 98년부터 푸드뱅크 운영기관이 활성화되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대구 13곳, 경북 17곳 등 푸드뱅크 운영기관이 만들어져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설립초기의 활성화와는 달리 푸드뱅크사업이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음식물 기탁건수와 금액 모두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의 경우, 푸드뱅크 설립 첫해인 98년에 2천528건, 2억8천100여만원 상당의 음식물이 접수됐다. 99년엔 5천855건, 2억8천200여만원 상당으로 소폭 상승했다가 지난 해에는 오히려 4천502건, 2억6천100여만원 상당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에도 1천854건 1억8천200여만원 상당의 음식만이 접수돼 식어버린 관심을 대변하고 있다.

◇푸드뱅크사업이 가져오는 효과

결식계층에게 말할 수 없는 도움이 된다. 요즘 밥 못먹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느냐는 의식들이 많지만 음식을 조리할 형편이 못돼서 못먹는 이웃들이 적지 않다. 노인들만 사는 가정은 거동이 불편해서 시장에 나가기도 힘들다.

아이들은 일에 바쁜 부모들이 챙겨주지 못해 굶는 날이 셀 수 없을 정도. 게다가 경제사정이 어려운 집 아이들에게 푸드뱅크는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웃을 돕는다는 의미이외에도 푸드뱅크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장점도 크다.

대구시내에서 발생하는 전체 쓰레기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는 종이류에 이어 발생총량 2위를 달리고 있다. 대구시내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550t. 전체 쓰레기 배출량 2천642t의 20.8%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하루 1만1천577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쓰레기 배출량 4만5천434t의 25.5%. 하루 1만2천219t(26.8%)이 발생하는 종이류보다 적지만 3위인 금속류(하루 배출량 4천28t, 9.2%)에 비해 2.5배 이상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0.25㎏으로 미국 0.23㎏, 프랑스 0.22㎏, 독일 0.17㎏ 등 선진국에 비해 높다. 전국적으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8조원 상당. 처리비만 4천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는 수분 함유량이 많아 소각이 어려운 것은 물론, 부패했을 때 악취와 침출수 등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걸림돌은 없나

푸드뱅크 사업 운영기관들은 푸드뱅크 정착에 걸림돌이 많다고 지적한다. 음식물이 필요한 곳은 많지만 음식물을 전달해주는 사람들이 좀처럼 늘지 않는 것은 물론, 보관.수송 등 운영에도 허점이 많다는 것.

실제로 대구시내 13곳의 푸드뱅크 운영기관 중 식품 부패방지를 위한 냉동차량을 구비하고 있는 곳은 고작 2개소. 게다가 민간업체의 후원이 없이는 시설구비가 사실상 어렵다.

냉장고도 지난해에야 겨우 1대씩 지급됐다. 바가지와 통에 음식물을 담아두는 원시적 보관을 겨우 벗어난 상태.

지원금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복지관에서 푸드뱅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인력운용을 위한 지원은 물론 다른 지원금도 들어오는 것이 없다. 복지관의 담당자들은 본래 업무를 하면서 덤으로 푸드뱅크 업무를 떠맡고 있다.

남산사회복지관 김태권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거나 저소득층 가정에 반찬거리를 갖다주면 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남산복지관도 지난 29일에야 한 기업체의 도움으로 냉동차를 마련했을 만큼 푸드뱅크 운영은 열악하다"고 털어놨다.

냉동시설이 절대 부족하다보니 여름은 음식물 확보가 어렵다. 음식물 수급불안이 가장 심할 때다.

정부의 적극적인 운영지원에다 이웃의 관심이 푸드뱅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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